매일신문

신명으로 부르는 '자연차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웃사랑입니다"자기집을 두고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앞산 달비골에서 5년 넘게 텐트생활을 하면서 쓰레기를 치우고 산불감시.범죄예방활동을 펴고있는 이문길씨(56).

이씨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지난 90년 8월. 자녀들이 훌륭하게 자랐고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재산도 모아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던차에 등산객들이 몰리는 달비골이 쓰레기장으로 변하자 이곳에 텐트를치고 눌러앉아 달비골도사(?)가 됐다.

이씨는 새벽부터 달비골을 누비며 등산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를 치우고불조심을 당부한다. 또 약수터에서는 질서유지요원이 되고 말벗도 되어준다.길안내도 이씨의 주된 일과다.

약수터 사찰 등 3천~4천여명이다녀가는 봄 가을엔 하루 수십포대씩 쓰레기를 주워 운반한다. 평일에도 이씨가 줍는 담배꽁초는 하루에 3되반. 특히청룡 황룡굴 등 치성을 드리는 동굴이 4개나 돼 한해 5말짜리 포대로 양초만8~12포대를 줍는다고 한다.

"내가 안하면 달비계곡은 쓰레기천지로 변해 시민들이 이곳을 찾지않게 됩니다" 이씨는 구청에서 청소원으로 월급을 주겠다는 제의에도 "신명으로 해야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지난해 봄에는 국교 여학생을 봉고차로 납치해 성폭행한 40대 남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고 전문창고털이범을 신고하는 등 방범역할도 이씨의 몫이다.성폭행범이 출소 후 흉기를 가지고 달려들어 죽을 고비를 맞기도 했다고.이씨는 차로 10여분거리인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에 집이 있으나 달비골에들어온후 한번도 집에 가지 않았다. 생일이나 명절때는 자녀들이 찾아온다.2년전 자녀들이 2평짜리 컨테이너를 마련해줘 다소 형편이 나아졌다. 이곳을 천간옥(천간옥)이라 이름짓고 계곡에 심은 호박이나 채소를 반찬으로, 쓰레기중 재생용품을 팔아 산 라면과 시민들이 가져다 준 쌀로 끼니를 때우며청빈생활을 하지만 불편함은 조금도 없다.

이씨는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자연으로부터 받을 생각만 하지 자연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다"며 자연사랑부재를 탓했다.

"건강이 허락할때까지 달비골에서 자연을 지키고 시민들의 벗이 되겠다"고다시한번 다짐했다. 〈이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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