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마효춘의 급부상(3)

아마추어 바둑팬 가운데에는 이창호나고바야시(소림광일), 마효춘(마효춘)의 바둑은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다. 여간해서는 멋을 부리지 않고 모험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견실하게 지키고 웬만하면 그냥 참아준다. 공격도 방어도 삭감도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끝내기로 끌고 간다. 그런식으로 두어 반집이나 한집반을 남긴다(이창호의 경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면모, 과감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지만).이창호, 고바야시나 마효춘은 형세판단이 뛰어난 기사들이고 계산이 정확하며 뒷심이 강한 기사들이다. 바둑의 기술중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분야가형세판단이니, 그들의 바둑이 재미는 없을지 모르나 차원은 그만큼 높은 것이다. 그들이 싸우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은 그런 것을할줄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기는 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보기에 답답하니 팬들이 좋아할리 없다. 고바야시나 마효춘은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둑팬들에게는 인기가 별로 없다. 조훈현 조치훈 유창혁, 오청원(오청원) 사카다(판전영남) 후지사와(등택수행)가토(가등정부) 다케미야(무궁정수)등의 바둑을 보고 팬들이 열광하는 것과는 좋은 대조가 된다. 화려한 행마, 처절한 대마싸움, 치열한 타개, 정밀한수읽기의 곡예, 뭐 이런 것이 있어야 구경할 맛이 나는 것이지, 30분 장고해서 마늘모 두고 1시간 뜸을 들이다가 3선에서 두 칸 벌리고 해서야 무슨 맛으로 구경을 하겠는가. 심지어 "고바야시 스타일의 바둑이 성적을 내기 때문에 바둑 자체가 재미없어졌다"고 말하는 극렬 바둑팬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바야시 계열인 마효춘이 다시 세계무대의 히어로로 등장한 것이다.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들 사이에서도 고바야시류의 바둑은 '지하철 바둑'이라고 비아냥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프로나 아마나 느끼는 것은 비슷한모양이다. 그렇다. 아무리 이긴 자만이 말을 하는 프로의 세계라 할지라도팬들이 재미없어 하고 외면을 하면 이기는 것이 또 무슨 소용이겠는가. 프로의 제일명제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프로기사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멋있게, 그리고 극적으로 두어 이긴다면 더이상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멋을 부리다가는 허를 찔려 패하기 십상이다.승패는 돈과 직결된다. 나만의 비수(비수)를 간직하고 있다면 또 모르지만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그런게 있더라도 그것은 1회용일 뿐이다. 선보이는즉시 한.중.일의 고수들에 의해 낱낱이 분해.분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그러니 이제 어쩔 것인가. 〈계속〉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