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키나와 주민 쌓였던 대미군 반감 폭발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 장성의 사과 편지에도 불구하고 미군 병사의 일본소학교 여학생 성폭행사건은 그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연일 오키나와 주둔 대규모 미군 병력에 대한 주민의 반대시위가 계속되고있고 주일 미군기지협정 개정요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26일에는 약 3천여명의 주민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반미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오키나와의오타 지사는 19일 본국을 방문해 월터 먼데일 주일 미대사와 고노 요헤이 외상을 만나 사태의 수습과 함께 미군 규율 강화를 강력히 요구했다.이번 성폭행 사건은 그동안 잠재돼 있던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오키나와는 지난 45년 6월 22일 일본군이 오키나와를 비롯한 류큐열도에서항복함으로써 미군의 손에 들어간 이후 72년 일본에 공식 반환되기까지 말그대로 미군의 점령지였다. 비록 본국에 반환되었다고는 하나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미국인만 5만3천명에 이르며 그 중 현역 군인만 3만명이나 돼 이들이끼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오키나와 인구가 1백20만에 이르지만 5만명을 약간 웃도는 미국인이 오키나와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20%가 넘는다.

오키나와 수도인 나하시의 고위관계자는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지금 당장미군이 철수한다해도 오키나와 주민들의 원성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미군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

오키나와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동안 벌어진 미군에 의한 살인사건만 11건에 이르며 비행기 사고도 1백12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이외에도 낙하훈련을 하던 미군 공수부대원들이 착륙지점을 놓쳐 밭이나주거지역에 뛰어드는 일은 흔한 일이 돼버렸고, 지난 4월에는 F-15 전투기가카데나 공군기지내 무기창고에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들은 오키나와 주민들이 호소하는 불편사항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아열대의 아름다운 섬 해안지역 대부분을 미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크게 저해된다는 사실이다.미군측이 오키나와 총수입 3백억달러 중 20억달러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주민 대표들은해변만 개방된다면 관광수입으로 그정도 소득을 올리는 것은 문제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성폭행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영외 미군 범죄사건에 대한 초기수사권 문제와는 별도로 그간 미군에 대해 갖고 있던 오키나와 주민들의반감이 극에 달해 있어 사태해결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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