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남

나는 누구이며, 남은 누구입니까?경쟁과 불신과 무관심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자칫하면 남들을 나의 치열한경쟁자, 나를 해칠 사람, 내 관심밖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우리는 오늘도 계절에 맞는 옷을 골라 입고, 세끼 밥을 배불리 먹고, 집에서 편안히 살아갑니다.

이외에도 우리는 가재도구, 전자제품, 책, 장식물 등등 수많은 물건들을사용하고 몸에도 안경 시계 신발 액세서리를 지니고 삽니다.놀라운 일은 이 많고 많은 물건들 중에 백에 하나, 천에 하나도 내가 직접만든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에게 유익한 것 치고 인간의 노력없이 자연에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내가 쓰는 이 물건들은 누군가가 내가 아닌 남들이시간과 정성과 땀을 흘려 애써 만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돈은 누가 번 것입니까?

아무리 돈의 힘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돈뭉치로 집을 짓고, 돈을발라서 옷을 해 입고, 돈을 바로 삶아서 먹을 수야 없지 않습니까?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오래사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더큰 빚을 남들에게 지고 살아갑니다.남의 덕으로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우리는 남들에게 점점 빚꾸러기가 되어갑니다. 인간이 마을이나 도시에 모여살기 때문이기보다는 남들이 없이는 내가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남 고마운줄 알고, 남소중히 여기고, 남 깍듯이 대해주는 것이 우리삶의 첫 걸음이 아닐까요?〈대구 만촌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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