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천읍 백전리 이필성할머니-맷돌돌려 '청포묵' 47년만 만들어

옛날 조상들이 즐겨먹던 토속음식이 인스턴트 식품에 밀려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47년간 녹두를 맷돌에 갈아 '청포묵'을 만들어파는 할머니가 있어 화제.예천읍 백전리 이필성할머니(73)는 47년전인 26세때 6.25전쟁으로 충북 단양에서 예천으로 피난와 청포묵을 만드는 박금동할머니(1백3세)를 만나 청포만드는 비법을 배운후 지금까지 청포묵을 만들어 오고 있다.이할머니는 요즘도 칠순 고령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이른 새벽부터 녹두를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끓인후 청포판에 꼬박 하루를 식혀 묵을 만드는 전통기법을 잊지 않고 식도락가들의 구미를 맞추고 있다.

20여년간 중풍으로 병석에 있는 남편 김장수씨(77)의 병 간호를 하면서 1남4녀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남모르게 흘린 눈물이 맷돌에 배어 있어 죽는날까지 맷돌을 버릴수 없다"는 이할머니는 힘드는줄 모르고 맷돌을 힘차게 돌리고 있다.

이 할머니의 자녀들은 모두 출가해 저마다 잘살게 되자 맷돌과 인연을 끊을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청춘을 함께 해온 생의 애환이 서린 맷돌이라 죽는날까지 맷돌과 함께 하겠다며 손때묻은 맷돌을 돌려 토속 음식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권광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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