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자동차협상-'지방살림' 주름살 우려

한·미자동차협상의 불똥에 지방살림이 흔들릴 것 같다. 이번 협상의 쟁점이 한국내 배기량 2천㏄이상의 대형승용차에 대한 세율 인하폭으로 모아짐에 따라 대표적 지방세인 자동차세 수입이 줄어들어 그 불똥이 지방재정감축으로 튀게 됐기 때문이다.한·미자동차협상 이틀째 회의에서 미국측은 한국의 대형승용차에 대한 자동차 세율 인하를 요구함으로써 마침내 이번 협상에서 최대의 '빅 카드'를꺼냈다.

미국측은 한국이 지난 1월1일을 기해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8%로 이미 인하했고 추가 인하는 매우 어렵다는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신 한국내 대형승용차에 대한 자동차세 세율 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나섰다.

주로 배기량 2천㏄ 이상의 대형승용차 위주인 미국산 자동차가 대형차에대한 누진적 세율 부담 때문에 한국에서의 판매가 어려운만큼 대형차에 대한소비자의 세금부담을 경감시켜달라는 것이 미측 요구의 핵심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측은 이를 위해 현재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는 한국의 자동차세 세율 결정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대형차에 대한 누진적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당 세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대해 한국측은 대형승용차에 대한 세율인하 쪽으로 협상안을 제시, 어느정도의 인하폭을 제시했으나 미측이 이를 즉각 거부하고 더욱 큰 폭의 인하를 요구해 양측은 이틀째 회의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한국대표단은 이번 협상에 앞서 미국측이 세율인하를 요구할 것을 예상해이날 회의에서 제시했던 세율 인하폭을 미리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이틀째 회의를 마친 한국대표단은 미국측이 요구한 세율인하폭과 우리측이제시한 수준 사이에 차이가 커 21일로 연장된 사흘째 회의에서 다시 제시할인하폭과 관련해 본국으로부터의 훈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어쨌든 현재로서는 협상타결을 위해서 대형승용차에 대한 자동차세 세율을인하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다만 '얼마까지 내리느냐'하는 인하폭이 문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동차 세율인하에 따라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수입원이되고 있는 자동차세 수입이 한미간의 협상에 의해 대폭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 실시이후 지방자립을 해치는 가장 큰 문제인 재정자립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한미간 통상협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의 살림살이에 바로 '직격탄'이 될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따라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된 마당에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입을 결정하는 지방세 세율이 중앙정부에 의해 외국정부와의 협상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있는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진단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만일 자동차세율 인하로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 무엇보다 그동안 '조세주권주의'를 내세워 국내 세율 결정은 협상의 대상이 될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정부가 스스로 '조세주권'을 포기하는 셈이돼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할 것으로보인다.

또한 대형승용차에 대한 누진적 세율을 하향조정하는 경우 소득이 많을수록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는 조세형평의 원칙마저흔들리게 돼 세금을 통한소득재분배라는 조세정의마저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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