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차협상…긴 기다림

24일 일요일, 워싱턴에는 하루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워낙 가물었던터라 '워싱토니언'들에겐 한방울의 비라도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동차협상을 위해 이곳에 와 일주일째 발목이 잡혀있는 우리 협상대표들에겐 답답함만 더해주는 지루한 날씨였다.한미자동차협상에 임한 양측 대표단은 사흘째 접촉을 가졌던 지난21일 아무런 합의점도 찾지 못한채, 다음 접촉에 대한 아무런 약속도 없이 협상테이블을 떠났다. 협상결과는 '결렬' 그것이었다. 대사관으로 돌아온 우리대표단은 이튿날로 예정된 귀국일정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회담재개 가능성이 내비치기 시작했다. 미국측으로부터 '혹시 내일연락이 있을지 모른다'는 통보가 있었던 것이다. 이때가 21일밤. 그때부터우리 대표단의 지루한 기다림은 시작됐다.

우리대표단은 본국으로부터의 '기다려라'는 훈령에 따라 귀국일정을 뒤로미룬 채 22일 하루를 꼬박 대사관에 앉아 전화통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측으로부터 '혹시 있을지 모르는' 연락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이날 밤 늦게야 걸려온 전화는 '월요일쯤에나 다시 연락을 하겠다'는 것뿐. 이유는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가 현재 부재중이어서 새로운 협상안을 결심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 대표단 일행은 금·토·일요일 사흘을 결렬 아닌 결렬로 끝난협상의 재개를 기대하면서 지루한 기다림을 계속해야 했다. 추적추적 비가내리는 일요일까지 침침한 호텔 방에 꼼짝없이 틀어박힌 채.이번 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말 것인지, 아니면 가까스로 재개돼 극적인 막판 합의가 이뤄지게 될지, 현지 관계자들은 미측이 다시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막판 카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 협상관계자들은지루한 기다림 속에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자못 느긋한 모습들이다. '깨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지난번 제네바 쌀시장개방 협상이후 통상관계자들 사이에 '협상에 성공하고 쫓겨나는 경우는 봤어도 협상이 깨져서 쫓겨나는 사람은 못봤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무튼 이번 협상도 우리가 수세적인 입장에서 시작한 것이니만큼 협상을 통해 내주는 것보다 '차라리 깨지는 것이애국'이라는 평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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