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즌이면 가끔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사진이 있다.비좁은 공항 청사안에서 다른 여행객들의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떠들썩하게 신혼부부 환송식을 벌이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담은 사진이 그것이다.때로는 천장에 닿을 만큼 신랑을 헹가래치는 장면이 나오고 때로는 공항바닥에 퍼질러 앉아 신랑 신부로부터 큰 절을 받고 있는 장면이 실리기도 한다.
신문 지면에 실리는 이런 사진 말고도 직접 공항에 나가보면 더 심한 장면들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랑을 무동 태우고 돌아다니며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 고래고래 고함지르며싸우는 사람, 또 술에 취한 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아예 합창을 하는경우도 쉽게 볼수 있다. 또 짧은 스커트를 입은 신부에게 큰 절을 억지로강요해서 신부가 몹시 난처해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이처럼 정작 당사자인신랑신부는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의식하는데도 친구들은 신이 나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것일까?
우선 공중도덕의 부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울뿐 다른 사람의 권리는 생각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친구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것은 아름다운 미풍양속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공항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모두들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님이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듣고 고향집을 급히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뭔가 다른 일로 가슴 졸이며 빨리 비행기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처럼 떠들썩한 장면을 본다면씁쓰름한 기분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 날을 축복하고 싶다면 좀더 진지하고 겸손하게 축하행사를 벌이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황은미(대구시 수성구 매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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