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적조 긴급좌담

좌담 참석자-▲명형옥씨(포항수산대교수.수산개발)▲손무익씨(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

▲이기출씨(경북수산양식협회장.동방수산대표)

▲조유남씨(포항시 수산과장)

.일시:1995년 9월30일 오후2시

.장소:매일신문사동부지역본부(포항)회의실

.사회:도기현동부지역본부장

△사회=동해안에 첫 맹독성 적조 발생이 워낙 급박한 사안이라 바로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합니다. 이번 적조내습은 인간의 오염행위에 대한 바다의응징이라는 자탄의 목소리 또한 높습니다. 말문을 여는 의미에서 우선 이회장님이 현지의 실태부터 이야기해 주시지요.

△이=10여년째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번 같은 유독성 적조는 전례가없었습니다. 어민들의 자체 집계로는 경북지역에서만 2백억원대의 피해를 본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1백명에 가까운 동해연안 양식어민의 절반 이상이재기불능 상태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청정해역인 동해안에서 이같은 사태가벌어졌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해주는 것이지요.

△손=앞으로도 피해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유독성의 코코로디늄이 첫 검출된후 조류와 풍향이 가세해피해면적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당분간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사회=이번 적조의발생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됩니까.

△손=현재로서는 남해안에서 발생한후 조류를 타고 북상했다는 것외엔 크게 규명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남해안은 적조가 연례행사 처럼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동해안도 같은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각종 생활하수나 공장폐수의 바다유입도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오염물질의 해상유입을 차단할 수있는 방안과 시설마련이 시급합니다.

△명=학계의 입장도 마찬가집니다. 알맞은 일조량과 섭씨 20도 정도의 수온, 여기에 부패성 유기물질이 결합해 생기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적조입니다. 쉽게 말하면 풀의 일종입니다. 연례적으로 발생할수 있는 토착화 또는고착화 가능성은 아직 학계에 보고된바는 없지만 남해안의 상황을 미루어볼때 심각한 수준입니다.

△사회=어민들은 당국의 늑장대처로 피해액이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조=그렇게 말하는 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사실 저희 행정기관에서는 이번 적조가 현재와 같은 맹독성으로 피해를 입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전례도 없었던 일이고요. 포항시의 경우 지난달 21일 첫번째 피해가 발생한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어민들의 주장에 상당부분동감합니다.

△손=적조와 관련된 전문기관은 국립수산진흥원이 유일한 기관 입니다. 산하기관인 저희 동해수산연구소의 경우 연구원이 4명에 불과합니다. 진흥원내에서도 적조관련 사항은 환경과의 한개 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 배정돼 있을 뿐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적조전문 연구기관이 반드시 설립되기를바랍니다.

△사회=어민들에게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이=바다가 몸살을 앓는데에는 어민들의 인식부족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폐유등 폐기물을 해상에 무단 투기하는등 오염행위가 많습니다. 다만 현재와 같이 영세어민이 많은 실정을 감안해 정부나 자치단체가 항만근처에 오물처리장을만들어 주면 이런 일들이 대폭 줄어들것으로 기대합니다. 따라서 어민들의바다환경에 대한 인식전환이 매우 급한 당면 과제라고도 여겨집니다.

△명=피해어민들에게는 안된 말입니다만 이번 적조는 정부나 어민, 일반국민 모두에게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고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점을 깊게 고취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자각의 기회로 삼을수가 있을것입니다. 바다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가 아니라 가꾸고 보전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곳이라는 사실도 절실히 느낄수 있었지요. 특히 청정을 자랑하는 동해안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사회=이번같은 긴급상황에 대처할수 있는 임시방편은 없습니까?△명='점토살포법'이라는게 있습니다. 적조가발생한 부위에 점토를 뿌려주면 점토가 적조물질을 흡수해 저층으로 가라앉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는 초기발생시에만 동원할수 있을뿐 지금과 같이 발생면적이넓고 세력이 강한 상태에서는 효과를 거둘수 없습니다

△손=대체조류, 즉 천적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아직 초보단계이긴 하지만 수년내 개발될것으로 믿고 있습니다△사회=정부정책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이=현재 정부는 주요 정책결정에 어민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도 초기 남해안에서 유독성 적조가 발생했을때 동해안 확산 가능성을 예측, 주의를 환기시키는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습니다.

△명=이번 적조 내습은 충분히 예견됐던 것입니다. 지난 8월에만 세라튬,녹티루카등 독성이 약한 적조가 동해안에서 두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이는 이번 코코로디늄 발생의 전주곡이었던 셈입니다. 그때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조=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동해안 유독성 적조는 전례가 없어 정부나자치단체의 대처가 늦어 피해를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지역은 수산업이 상업계 전반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또 많은 영향력을 주지요. 지자제 실시를 계기로 앞으로는 어민관련 정책개발에 중점을 두어야 할것으로 봅니다.

△사회=피해어민에 대한 당국의 지원책에 대해 말씀을.

△이=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행정은 '절차제일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그만큼 신속성이 결여된 것이지요. 어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상지원이 아닙니다. 어려움을 딛고 재기할 수 있도록 장기저리의 융자제도를 수립했으면 합니다.

△손=현재까지의 정부보상책은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2㎏짜리 성어가죽어도 치어값을 기준한보상금이 책정될 뿐입니다. 이래서는 안되지요. 어민들의 실정을 실질적으로 조사해 정당한 값으로 보상해야 합니다.△조=개인적으로 손연구관 지적에 동감입니다. 어민지원은 재기에 도움이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기존 보상책은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따라서 피해지역 각급 자치단체도 이번만은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원책을 수립해 줄것을 중앙에 건의할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꼭 그렇게 되어야하고요.

△사회=명교수님께서 이번 기회에 국내 해상오염 전반에 대해 한번 언급해주시지요.

△명=정부의 해상정책에 문제가 많습니다.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정책이 갈등하고 있어요. 80년대 초반까지는 산업현대화를 위해 개발지향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보전이 우선돼야 합니다. 세계적 추세도그렇고요.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폐기물에 대해서도 관련 기업체에는 반드시 '총량규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한달만에 망친 환경을 복원하는데는10년 또는 1백년이 걸려도 원상복원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점을 모두 깊이 명심해야 합니다.

△조=늦은 감은 있지만 환경보전에 대한 국민전체의 경각심이 절실합니다.특히 해양환경은 어민들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강제적인 법률규정에 따르는것보다 자율적인 참여정신이 요구됩니다. 누구나가 다 지킬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지요.△사회=한정된 지면때문에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한분씩 차례로 말씀 해주시지요.

△이=올해와 같은 적조가 바로 내년에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흔히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말합니다. 그럴려면 환경문제도 이 수준에 맞춰 풀어야 할 것입니다.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바다는 어민만의 삶의 터전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손=적조를 연구하는 전문기구가 설립돼야 합니다. 현재의 인원과 장비는원시적인 수준입니다. 따라서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아직많은 사람들이 적조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것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미국 일본등 우리보다 오염원이 훨씬 많은 나라들도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오히려 적은 실정입니다. 또 재벌기업등이 출연하는 민간연구소 설립도검토할 때가 된것 같습니다.

△명=어민들의 자각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적조와 같은 오염 피해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입니다. 환경문제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몫이라는 생각부터 버리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에 대처해 나가야 할것같습니다. 어민들도피해최소화를 위한 시설개수는 물론 첨단어법의 도입등도 시도해야 합니다.현재는 오염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어민 국민등 각계가 이번적조를 교훈삼아야 합니다.

△조=우선 주무 공무원으로 피해를 당한 어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싶습니다. 지금은 그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앞으로의 재발방지 노력이 우선해야 할것으로 생각합니다. 생활오폐수 및 공단폐수등 오염원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정부나 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들의자율참여등 바다환경을 지키려는정신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회=결론은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바다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으로모아졌습니다. 21세기는깨끗한 환경을 가진 국가만이 살아 남을수 있다는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이는 비단 청정을 자랑해왔던 동해안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것입니다.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정리.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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