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은 무죄다. 평결 결과는 그렇게 나왔다.12명의 배심원단은 평결심사에 착수한지 불과 4시간만에 OJ심슨은 1급살인에 대해서도, 2급살인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라는결론에 도달했다. 심슨이그의 전처 니콜 심슨과 그녀의 남자친구 로널드 골드만 두 사람을 계획적으로 죽이려 하지도 않았고, 우발적으로 죽인 혐의도 없다는 것이다.4일 새벽(한국시간)전국에 생중계된 재판정에서 이같은 평결결과가 발표되자 미국은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 하루전까지만 해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심슨이 범인'이라는 쪽으로 흘러갔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같은 심증을 갖게 한 것은 그동안 검찰측이 제시했던 과학적인물적증거 때문. 게다가 마지막 평결 직전에 배심원단이 검찰측의 유력한 증인이었던 사건 발생 당시 심슨의 집앞에 대기했던 리무진승용차 기사로부터증언을 재청취함에 따라 '심슨 유죄'쪽으로 평결이 날 것으로 예상됐었다.그러나 '운명의 시간'이었던 4일 새벽 2시(LA현지시간 3일 오전 10시)법정서기 로버트슨씨에 의해 평결문이 낭독됐다.
"배심원단은 OJ심슨이 죄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굳게 입을 다문 채 간혹 미간을 찡그리기도 하면서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심슨은 순간 '아!'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깊은 한숨을 터뜨렸다. 동시에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살자 골드만의 가족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면도날같은 증거제시로 심슨 측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여검사 마샤 클라크씨는 허공을 응시한 채 한동안 굳은 듯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재판정 밖에 운집해있던 군중들 가운데 '심슨 무죄'를 지지했던 흑인들은환호성을 올렸다. 피살자 골드맨의 가족들은 보도진의 질문공세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고개를 깊이 숙인채 법원 복도를 빠져나갔다. CNN의 한 기자는 골드맨의 부친이 복도를 막 벗어난 직후 "노우, 노우, 노우!"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랜스 이토 판사는 곧 심슨을 석방할 것을 명령했고, 심슨은 지난해 6월이후 감금돼왔던 LA중앙교도소를 떠났다. 그가 타고 나간 흰색 밴이 움직이자헬기까지 동원한 보도진들은 그의 귀가길을 끝까지 추적해 생중계했다.이 장면은 지난해 6월 니콜의 장례식 이튿날 LA경찰이 심슨을 용의자로 수배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심슨이 '포드 브롱코' 지프를 타고 LA고속도를따라 도주하는 장면이 역시 헬기를 동원한 보도진에 의해 생중계했던 당시를상기시켰다.
아무튼 그 시끄러웠던 '심슨 재판'은 이제 끝났다. 배심원단에 의해 무죄평결이 나온 경우 검찰측의 항소는 불가능하며, 피의자는 동일한 사건으로다시는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형사소송법이기 때문이다.이제 미국은 재판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졌던 '흑백갈등'의 재봉합에 나서야하게 됐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심슨재판이 끝난 후 미국인들의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최대의 관심사가 졸지에 사라짐에 따라 미국인들 사이에 '정신적 공백'이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일부에서 검찰의 정확한 증거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배심원제도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점이다. 아무리 정확한 증거를 제시해 피의자가 범인임이 확실시된다 하더라도 배심원단에서 다수결에 의해 무죄평결을 내리는 경우 그 평결은 결코 번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형사사건 담당 검사는 이날 평결 발표 직후 TV회견에서 이번 평결에대해 "배심원 제도도 그대로 나가게 하고 진짜 범인도 그대로 나가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꼬집기도 했다.
〈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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