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재앙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잔잔한 남쪽바다에서 일기 시작한 적조는 파란물이 눈에 보이는 동해의 강원도까지 번졌다. 양식어민들과 연안어업 종사자들은 느닷없이 닥친 재앙이 빚은 고기들의 떼죽음앞에 넋을 잃었다. 게다가 주기적이라 할만치 자주 일어나는 유조선의 침몰로 시커먼 기름은 끝도 없이 뿜어져 나와 백사장이 흑사장 기름더미로 변해가고 있다.*동해에도 적조현상예부터 선조들은 오복의 반대개념으로 삼재란 말을 자주 써왔다. 재난은싱글로 오지 않고 엎친데 덮치고 그야말로 떼거리로 닥쳐 온다는 뜻이다. 이는 화불단행이란 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따지고 보면 하늘이 내린 벌이아니라 스스로 지은 죄의 값이라고 해야 옳은 해석일 것 같다.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바다의 재앙은 그 시발은 바다가 아니다. 오히려산과 계곡이다. 그것은 위장에 돋은 종기가 위의 탓이 아니라 섭생과 관습의잘못이란 이치와 같다. 지난 여름 태풍 재니스가 한바탕 난리를 치고 물러간뒤 TV화면이 비춰준 소양호에 떠내려 온 깡통과 비닐봉지등 쓰레기군단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버린 산의 쓰레기와 강에 쏟아부은 중금속섞인 폐수가급기야는 바다를 오염시키고 바야흐로 버린이의 목을 죄어 오는 것이다. 용비어천가 제2장에 나오는 '샘이 깊은 물이 내(천)에 이르러 바다에 가는'것이 아니라 '산에 버린 쓰레기도 강을 거쳐 바다에 간다'는 사실은 이제 확고해졌다.
*환경파괴는 실낙원
재앙의 결과는 지구촌 곳곳에서 쉽게 찾을수 있다. 남태평양의 고도 이스터 아일랜드에 가면 사람은 없고 폴리네시언들이 남긴 문화유적인 거대한 석상들만 폐허의 땅위에 줄지어 서 있다. UCLA 의과대의 인류학자인 제어드 다이어먼드교수는 이스터 아일랜드가 주약원이 된것은 원시주민들의 무분별한환경파괴가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땅에 폴리네시언들이 정착한후 13세기와 16세기사이엔 인구가2만명에 이르렀다. 거상들도 부족의 힘을 과시하기위해 이때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문화와 만나 문명의 필요성을 느끼자 자연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쟁기질을 하기 위해 나무를 잘랐고 목축을 하기 위해 숲을 파헤쳤다. 신들의 속삭임소리를 들을수 있는 숲이 사라지고 미풍에도 고갯짓하는나무가 없어지면 샘물이 고갈되고 냇물이 말라버린다. 물이 없으면 산열매도열지 않는다. 동물들마저 살아남지 못한다. 결국빈 벌판에 남은 사람들은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서로 잡아먹는 싸움을 벌이다 함께 멸망한다. 바로 그현장이 이스터 아일랜드이다.
*재앙은 자업자득
지금 우리는 문명인이 아니다.한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원시 폴리네시언이나 다를게 없다. 이스터 아일랜드가 미리 보여줬던 인류 멸망의 징조와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우둔한 인간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원래 자연에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는 까닭은어느 누가 무엇을 그렇게 저질렀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요즘은 천재는 없고 인재가 주종을 이룬다. 우리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할것은 해류와 수온 그리고 바다의 깊이등 자연조건때문에 공해에 강하고 재해 복원력이 뛰어난 동해에까지 적조가 확산되었다는 것은 옛날 이스터 아일랜드에 샘과 내(천)가 마르고 있다는 사실과 동일하다. 애국가 첫머리에 나오는 우리민족의 신성한 터인 동해가 공해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는 것은 분명 위기다. 항상 참고 견딜것만 같았던 바다가 이를 갈고 칼을 들고 인간의육지로 쳐들어 오고 있다. 자업자득이라며 절망할 수만은 없다. 무슨 수를써야 할텐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다.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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