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의 경주통과 문제로 경주가 들끓고 있다. 온 경주시내가 고속철도 경주통과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로 뒤덮였다. 두 사람만 모여도 고속철도얘기다. 건설교통부가 결정한 노선대로 하루 빨리 고속철도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다른 목소리를 내고있다. 불국사를 비롯 불교계와 문화계, 그리고 문화체육부에선 건교부의 결정노선은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신라 천년의 문화재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이 논란은 정부가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한 오는12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고속철도의 경주통과로 국토의 균형개발을 촉진하고 천년 고도(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방법을 집중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경부고속철도가 경주를 통과해야하고 역사가 유치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주는 신라 천년의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관광도시다. 또 국내 GNP의 20%를 생산하며 환동해권 발전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포항과 울산의배후도시다. 따라서 경주에 고속철도가 놓이면 '신관광-산업벨트'가 형성된다. 특히 포항에 신항만이 건설되고 울산지역의 공단이 확장될 전망이어서물류 비용을 절감하려면 고속철도가 반드시 경주로 통과해야 한다.경주·포항·울산 등 동남권에 거주하는 3백만 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고속철도가 경주통과와 역사의 경주유치는 필수적이다. 부산·경남권에서 주장하는 직선화는 포항·울산과 같은 거대 배후산업도시가 없는데다 관광연계효과도 없어 실효성이 적다. 건교부와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도 경주를 통과하지 않으면 당장개통때부터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대구~부산간 직선노선이경주통과노선보다 승객수에서 20%이상 적다는 것이다.연간 1천6백만명에 이르는 경주권 관광객들의 교통편의를 위해서도 경주통과는 관철되어야 한다. 파리·하이델베르그·런던 등 유럽의 유명도시들은불과 수백년된 중세 석조(돌)문화로 관광객을 유치하고있다. 반면 경주는 2천년이상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고도다. 그래서 유네스코가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경주에 고속철도를 통과시키지 않고 코쟁이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경주역사를 경주외곽에 건설하고 신도시가 형성되면 중요유물이 가장 많이분포하고있는 시가지 훼손도 현재 상태에서 묶어둘 수 있다는 점도 빠뜨릴수 없다. 그리고 문화재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도 묵묵히 참아온 경주시민들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도고속철도은 경주로 통과해야 한다.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이 추산하는 연간 경주역 이용객은 1천9백만명. 이 사람들이경주에서 쓰는 비용은 연간 1조7천억원(90년 불변가격 기준)에 이를 것으로추정된다. 이는 경주 용강공단 매출액 연간 9천억원의 약2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건교부안에 찬성하는 측이나 문화계나 고속철도의 경주통과 당위성은 모두인정하고 있다. 건교부안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경주지역 여론주도층과 경주시민은 경주 도심통과든 건천우회든 경주만 통과하면 상관않겠다는 태도를보이고 있다. 불교계와 문화계도 문화재가 밀집해있는 경주시내만 관통하지않으면 경주지역 통과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왜 싸우고 있을까. 모든 사단의 원인은 줏대없는 정부와 경주의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일부 극소수 지역 여론주도층 때문이란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지난3월 문체부는 건교부가 확정한 노선에 문화재 파괴 우려를 제기,경주외곽지역 우회를 주장했다. 그러자 경주의 민심이 들끓기 시작했다.경부고속철도의 경주통과와 역사유치가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증폭된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주지역의 일부 여론주도층도 불붙은 경주지역의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건교부와 문체부는 경주통과는 거듭확인하면서도 아직도 정리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있다. 민자당과지역 정치권도 내년 총선등 선거를 의식, 비판적 검토없이건교부안의 일방적인 실시만을 강조하고 있다. 고속철도의 경주통과는 경주의 운명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문제다. 정부와 문화계,경주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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