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창호와 류시훈(1)

이창호(이창호)와 류시훈(유시훈)이 마침내 일합을 겨루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이창호는 2대0으로 3번기를 마무리했다. 이창호가 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본 바둑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시훈은 지난해임해봉(임해봉)으로부터 '천원(천원)'타이틀을 쟁취함으로써 현재 기사서열 5위에 올라있다.일본 바둑계의 기사서열은 일본기원이 공인한 7대 타이틀의 보유자가 단위(단위)에 우선하고 그 다음에 고단순(고단순)이 된다. 따라서 제일 큰 타이틀인 '기성(기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1등이고, 그 다음으로 '명인(명인)' '본인방(본인방)' '십단(십단)' '천원(천원)' '왕좌(왕좌)'가차례로 이어지고 '기성(기성)'에 이르러 7대 타이틀은 끝이난다. '기성(기성)'과 '기성(기성)'은 우리말로는발음이 같지만 일본식 발음으로는'기세이'와 '고세이'로 구별이 된다. 7대 타이틀 다음은 고단순이다. 같은 단이면 입단을 먼저 한 사람이 앞서며 입단 연도도 같다면 연장자가 먼저다.

그러나 기사서열과 실력서열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일치할 때도있으나 일치하지 않을때도 있다. 7대 타이틀 중에서도 흔히 '빅스리'라고부르는 상위 3개, 서열 1~3위인 '기성' '명인' '본인방'까지는 또 몰라도 랭킹 4~7위의 타이틀 보유자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류시훈이 서열 5위의 '천원'을 차지했다고 해서 류시훈이 임해봉이나 오다케 혹은 다케미야나 가토보다 '확실히 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류시훈이 왕립성(왕립성) 야마시로 이마무라 고마쓰 등을 '완전히 추월했다'고말하기도 어렵다. 류시훈은 비로소 정상그룹의 한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류시훈을 격하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얘기다.그에비해 이창호는 한국의 12관왕, 명실상부한 제일인자가 아닌가. 게다가최소한 정상그룹에서는 한국 바둑이 일본 바둑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않은 요즘이 아닌가. 그래서 애초 두사람의 특별 3번기가 성사되었다는 말이나왔을때 국내 바둑계 일각에서는 '미스 매치'가 아니냐는 다소 회의적인소리가 나온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비판의 소리는 3년전, 이창호와 일본의요다(의전기기)의 특별3번기가 주선되었을 때에도 있었다. 이창호가 한국 바둑계의 제일인자인 것에비해 류시훈이나 요다는 일본의 제일인자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격(격)에서 현저한 차이가있으니 우리는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인 손해 거래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이었다.프로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싸울수 있어야 한다. 파이트 머니가 있는한누구와도 싸울수 있다는 마음 자세를 갖고 있는 자가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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