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시장·지사 1백일의 성과

지방자치단체장 취임1백일을 넘기면서 우리는 어느덧 윗사람 눈치보기행정이 주민 눈치보기행정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게됐다. 우선광역이든 기초든 자치단체장만나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것을 실감할것이다. 조금 부풀려 얘기하면 요즘 단체장들은 웬만한 계취자리에도 초청만하면 참석할 정도며 민원주민들이 단체장방에만 쇄도하는 바람에 부단체장이나 참모들이 편하게 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또 어느 기초단체장은 일상업무는 부단체장에게 맡기다시피하고 자신은 민원실옆에 방을 만들어두고 주민들만 만난다는것이다. 지방자치의 위력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달라진 민선시대 실감경북도의 이의근지사의 경우 하루의 통상결재시간이 오후5시이후에 시작돼밤늦게 끝난다는게 본인의 실토다. 경북도비서실 통계로는 1백일간 하루 평균 1백52명을 만났고 1백80㎞를 다녔으며 하루 평균 14시간 일했다는것이다.대구시의 문희갑시장도 직소민원제를 실시했는데 예상이상의 많은 시민들이몰려들었다는것이다. 그 동안 2백23명의 민원인들을 만나 85건의 민원을 듣고 65건을 해결했다고한다. 한마디로 주민을 위한 시장이요 도백임을 웅변하는 수치들이다. 오히려 시장.지사의 과로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다.그러나 단체장 1백일의 성과에대해 짚고넘어갈것은 부지런함과 열성만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을수없다는 점이다. 중앙의 상사가 아닌 주민을 향한 행정도 좋고 밤중까지 일하는 것도 자치시대의 긍정적 모습인것만은 분명하다.하지만 그보다 중요한것은 재임기간의 인기나 재선을 의식한 주민 친면넓히기에 아까운 시간을 지나치게 허송치않았는지 반성해볼 점도 있다. 아울러선거당시의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위한 실시계획을 얼마나 알차게 준비했는지도 챙겨야 한다. 문시장과 이지사도 취임 1백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시정.도정 계획을 발표했다. 주민들도 이제 맹목적으로 시장.지사만 만나길 원할게아니라 1백일간에 준비한 선거공약의 실시계획을 따져보아야 할것이다.*선거공약 준비기간

3년임기의 시장.지사에게 1백일간의 공약실천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이지사의 경우는 중앙정부나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유행처럼 21세기 경북발전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아직 종합적 청사진은 제시치못하고 있다. 준비작업에짧은 임기의 상당기간을 써버리는 결과가 되고 있다. 그럴뿐아니라 산발적발표내용만 놓고보면 경북도가 면적도 넓고 동질성이 결여되긴 했으나 너무백화점식 계획으로 흐르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96년에 '경북백년'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는 얘기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기 10년 계획을 세우는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백년계획이란 말과 아이디어의 성찬에 불과하지않을까. 허황한계획의 산발적 남발보다 하루 빨리 구체적 공약실시계획을밝히고 도민의 반응을 들어야 할 것이다.

문시장의 경우도 공약실천의 재원조달과 관련, 당초 임기내의 30억달러 외자도입을 약속했으나 이번에 발표된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엔 2005년까지 10년간 30억달러를 조달한다고 공약을 수정했다. 사실 자신의 임기를 넘어서는대부분의 기간에 외자를도입한다는 계획은 단순한 계획일뿐 공약의 실천과는 거리가 멀다. 구체적 사업계획과 외자도입계획이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당초 공약사업의 임기내 실천가능성을 분명히 밝혀야할 것이다. 시민들도 선거기의 공약과 실시계획이 달라지고 있다면 그에대한 해명을 요구하는게 당연하다.

*'청사진'제시 바람직

취임 1백일을 넘긴 문시장과 이지사에게 당부하고 싶은것은 지나치게 주민인기에 신경을 쓰지 말고 선거공약의 거짓없는 실천과, 더 많은 시간을 주민만나기보다 일을 위해 써달라는 것이다. 물론 여론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고 지방정부 운영을 위한 각종 방책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구시대적 모양 갖추기식 위원회의 자문이나 명분약한 모임참석에 시간을 뺏겨 정작중요한 일을 놓치는 잘못은 없어야 겠다. 〈본사 논설위원 홍종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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