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경주구간노선을 둘러싼 논란은 천년 고도 경주에 대한 '보존'과 '개발'의 불균형에서 빚어지고 있다.문화계, 종교계, 경주를 사랑하는 시민연대등은 천년고도인 경주의 풍치를보존하고 도심 양분, 소음 공해, 전자파 장애, 매장문화재 파괴를 줄이려면건천~광명~화천 구간을 선택, 역사도시 경주의 적극적인 '보존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지방의회와 상공회의소 지역단체등은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수십년간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를 무산시키려하는게 아니냐"며 문화재 보존정책에 따른 시민 불이익과 재산권침해를 들어 건설교통부의도심통과노선을 밀어붙이는 '개발론'으로 맞서고 있다.
'역사도시를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지역개발을 우선할 것인가'. 경주고속철도를 둘러싼 논쟁은 이 두마디로 압축된다.
경주에서 '개발'과 '보존'이 사회 문화적인 상승효과를 내지못하고 늘 충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문화재파괴법'으로까지 불리는 문화재보호법을 포함한 문화정책의 부재와 정부에서 '고도 경주'라는 말을 뒷받침할만한지원없이 경주시민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데서 기인한다.경주시민들은 1962년에 제정된문화재보호법과 1972년에 지정된 한옥미관지구, 고도제한지구등 각종 보존조치로 인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겪고 사유재산권을 제한받고 있다. 실제 한옥지구로 지정된 경주시 황오동 황남동 탑정동 인왕동등의 주민들은 자녀들이 커서 방이 더 필요해도 마음대로 집을 고칠수도 없으며 수세식 화장실을 놓을 수도 없는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이주대책은 커녕 세금혜택도 없다. 또 경주에서 공사도중 매장 문화재가 나와서 부도가 나거나 재정압박을 당한 기업도 많다. 때문에 경주보존논리가 설 땅을잃는다.
아무리 신라문화가 자랑스럽지만 그로인해 재산권의 침해를 당하는 경주시민가운데는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 문화유적 도시민의 긍지보다는 낙후감과 소외감을느끼는 이들이 적지않아 보존보다 현실적인 개발이아쉽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계명대 김종철박물관장은 "한옥지구를 보존하려면 국가에서 그 지역을 사들여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세워야하는데도 전혀 보상하지 않고 '모른척'해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면서 "문화재보호법이 시급하게 개정되고 고도보존법을 정비해야 '보존'과 '개발'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교수는 이어 "이제는 경주고속철을 포함한 경주보존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계에서는 "모든 개발이 사전에 공표되고 미리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개발과 보존의 충돌을 막을 수 있으며 문화재로 인한 공기지연, 재정낭비등을 막고 문화유산을 후대에 까지 물려줄 수 있다"고 보고있다.학자들은 건설교통부가 94년 뒤늦게 고속철도의 경주통과노선을 보여주고자문을 의뢰, '도심통과노선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그후 자문회의를 한번도 개최하지않고'전문가에게 자문했다고 얘기한다'고 전한다. 결국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결과 뒤늦게 노선논란을 빚게 된다.그러나 건교부는 영남대의 지표조사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의 훼손이 적은실시설계노선(도심통과노선)을 정책적으로 결정했음을 밝히며 현실적으로 노선변경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공표(95년 6월20일)한데 이어 문체부가 시행중인 발굴(시굴)허가를 유보할 경우, 고속철도 사업지연등의 사유로 수용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8월31일)
관계자들은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를 형질 변경할 경우 문화재의 유무를 포함한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돼있지만 수박겉핥기식이어서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유적파괴사례가 다반사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탈리아처럼 문화재부서와환경부서 합동위원회를 구성, 모든 개발때 위원회의 사전심의에 의하여 결정돼야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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