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기부보고 '북영향공작'실태

북한이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외부세계를 겨냥, 이른바 '영향공작'을 적극추진해온 것으로 안기부의 국감보고에서 드러났다. 한마디로'체제홍보'인 셈이다.각계의 유력인사를 북한에 초청, 환대하거나 경쟁심및 명예욕등을 자극하는 방법을 통해 대상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북한을 정치사상적으로 동정, 지지토록 유도하는 비밀공작의 일환이라는게 안기부측 설명이다.권영해안기부장은 11일 국방위 보고에서 "북한은 외국인사들을 초청, 대대적인 선심공세를 펼쳐 환심을 삼으로써 체제 이미지를 개선하고 북한을 대외에 선전하는 '영향공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작은 과거 구소련의 KGB가 전세계 여론형성층을 상대로 친소.반미감정을 확산시키기 위한 공작수단의 한 형태로 전직 고위관료 출신, 언론및 학술계 저명인사를 이용해 해당국에 소련의 공식 비공식 입장을 전파하는 공작개념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모택동이 항일투쟁을 위한 국공합작시기에 영향력있는 인사를 포섭,중국공산당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확산시키는가 하면 에드가 스노우가 '중국의 붉은 별'이란 책을 써 서방에 중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전파했던 전례등을본받아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향공작'의 기본적인 유형은 △방북때 김일성부자가 직접 환대, 국빈급대우를 해주고 과거행적과 저술내용을 칭찬해 줌으로써 상대방의 환심을 사거나 △언론의 특종경쟁심리를 이용, 독점적 취재권을 주고 김일성부자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것 등이라고 안기부측은 분석했다.

또 △밀입북행위를 영웅시하거나 △한국사회로부터 소외된 인사들의 명예욕을 이용, 김일성숭배자로 만들거나 △종교인들의 특성과 선교열정을 역이용하는 방법△이산가족의 친인척상봉과 성묘를 주선, 이념적인 대북적대감을 불식시키는 방법△소위 VIP 관광안내와 선물제공방법등도 자주 이용되고있다는 것.

북한은 이같은 방법을 통해 남한과 해외동포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의 유력인사와 언론등을 대상으로 친북세력화를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 대표적인 케이스가독일의 저명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라고 안기부측은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생의 한가운데'라는 작품 등으로 유명한 그를 수차례 평양에 초청, 김일성과의 직접 면담을 주선하는 등 환대함으로써 '루이제 린저의 북한이야기'를 저술케 해 김부자를 찬양토록 하고 오도된 대북관을 확산토록 했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 뉴스채널인 미CNN사를 지난해 김일성생일때 초청하는가 하면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때도 독점적인 취재권을 부여, 김일성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전파의 통로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중장으로 예편후 대사와 외무장관을 거쳐 8, 9대 천도교교령까지 지낸뒤 지난 81년 방북, 김일성을 찬양하다 89년 평양에서 사망한 최덕신도 영향공작의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종교계의 문익환목사 안호상총전교 문선명통일교교주 박용길장로, 문화예술계의 황석영 윤이상씨및 임수경양등의 방북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으며나진.선봉지구개발과 경협을 내세워 특정재벌을 집중 초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이같은 체제홍보사업을 직접 관장하는실체는 통일선전부, 사회문화부등노동당내 대남공작기구이지만 외부 집행기구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해외동포원호위원회등으로 돼있어 대상자들을 식별하기는 어렵다고 안기부측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같은 공작으로 얻는 실익이 의외로 크다고 보고 김일성사후 체제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를 한층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안기부측의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김일성사후 사실상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은 대인접촉능력과카리스마를 지니지 못해 이같은 공작이 침체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김정일은대남공작 실무를 장악해 왔기 때문에 김용순등 대리자와 집행기구를 통해 막후조정하면서 더욱 공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가 분단 5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이같은북한의 전략에 노출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따라서 무분별한 대북접근을 자제하고 남북교류협력법등 적법절차를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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