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무용의 유용

나는 장자(장자)를 좋아한다. 그는 기상천외한 비유나 우화로써 기존의 가치관을 여지없이 허물며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여 한계점에 이른 약자를 어느새 억센 강자로 전환시켜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 속에이런 이야기가 있다.장자가 어느 산속을 지나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하나 보았다.그런데 나무꾼은 그 옆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베려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장자는 느끼는 바가 있어서 중얼거렸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는 탓으로 수명을 다할 수 있구나" 장자는산을 내려오자 옛친구의 집에서 묵게 되었다. 친구는 반가운 나머지 하인에게 거위를 잡아 삶으라고 했다. 이에 하인이 물었다. "하나는 잘 울고, 하나는 잘 울지 못하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라"

이 이야기에서 장자는 '쓸모 없음(무용)의 쓸모 있음(유용)'과 '쓸모 있음(유용)의 쓸모 없음(무용)'을 밝히며, 자연속에 있는 모든 사물, 생물, 인간은 다 그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얼핏보면 쓸모 없이 보이는 하찮은 것들도 절절한 시간에 적절한 위치에만 있으면 다들 제 몫을 하게 되는것이다. 삐죽삐죽 못생긴 돌멩이로도 이만 잘 맞추면 튼튼한 담장을 쌓을 수있는 것처럼 목재로서 쓸모가 없어서 거목이 된 나무는 그 그늘아래 많은 사람들이 쉬게함으로써 쓸모가 있고, 우는 거위는 그 울음이 쓸모가 있고, 울지않는 거위는 손님 대접에 쓸모가 있는 것이다.

스스로 거목이라고 생각하는 정치가들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는 지금의 제자리가 적시(적시)적소(적소)에 있어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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