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사람대접 받기

알프스의 목장 정경은 언제보아도 목가적이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가축을보노라면 '참 팔자도 좋은 놈'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한데 그와는 영 다른것이 미국서부의 소몰이 광경이다. 굵다란 눈의 겁먹은 표정에 갈피를 못잡고 그저 우왕좌왕하며 무리를 따라 가쁜 숨을 내쉬며 이리저리 뛰고 울부짖는 소떼와 사정없이 몰아치는 카우보이들.우리네의 아침 출근길은 서부의 소몰이떼와 흡사하다. 온통 주차장이 되다시피한 도로, 클랙슨과 호루라기소리가 뒤범벅이 된채 이리 끼어들고 저리빠지며 그저 한치라도 앞서가려는 차량들의 물결은 영락없는 소몰이떼 그것이다.

신호등은 왜 그리 고장이 잦고, 그나마 작동되는 신호등도 그저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차량행렬에 뒤엉켜 있으나마나한데도 경찰관 한사람 서 있는법이 없다. 사정이 그 꼴이 법이 어디 있겠는가. 소몰이떼의 송아지처럼 이리저리 밀리면서 난장판 같은 출근전쟁을 치르다보면 우리나라의 세상돌아가는 꼴이 모두가 이 모양 이 꼴로 뒤죽박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당장에 도로를 넓힐 방법이 없다면 있는 도로나마 제대로 소통이 되게, 필요한 곳에 차선을 더 긋고, 신호에 따라 제대로 차가 소통이 되게 좀 할 수는 없을까.

교통사고로 한해에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라져야 하고, 5만명의 새로운장애자가 생겨나야 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소몰이떼 신세를 벗어나 알프스의 목가적인 삶을 살아 볼수 있는가. 1인당 조세부담액이 한해에 1백82만9천원이나 되는 나라에서 우리도 이제 사람대접을 좀 받아야 되지 않겠는가. 법도 지키고, 경찰에게 큰 소리도 치면서 말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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