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44) 제8장 강은 산을 껴안고(37)

제8장 강은 산을 껴안고 37"뒈진다더니 왜 살아왔어? 이 썩은 년아, 차 타고 올때 뒈진다 했잖아!"짱구의 말도 이제 막 나간다. 춘길형이 둘사이를 뜯어말린다. 짱구가 씩씩대며 물러선다. 춘길형이 순옥이를 부축한다. 순옥이가 춘길형을 뿌리친다.짱구에게 달겨든다. 키요에게 달려들던 경주씨가 그랬다.

"산으로 올라갔어, 죽기로 하고. 안죽고 내려왔어. 강으로 갔어. 죽기로하고. 살기로 하고 물에서 나왔다. 왜. 억울해서 못죽겠더라. 그런데, 내 죽는 것하고 너하구 무슨 상관이 있어? 너가 뭔데, 개새끼!"

순옥이가 비닐봉지를 뒤집는다. 핸드백과 소주 두병이 쏟아진다. 순옥이가소주 한병을 집는다. 마루기둥에박살을 낸다. 소주와 병조각이 튄다. 순옥이가 깨진 병을 휘두리며 나선다.

"짱구, 너 죽이고 내 죽지. 넌 날 인간 취급 안했어. 괄시 했어. 넌 악당이야!"

정수가 순옥이의 병든 팔을 잡는다. 춘길형이 순옥이로부터 깨진 병을 휘두르며 나선다.

"짱구, 너 죽이고 내 죽지. 넌 날 인간 취급 안했어. 괄시했어. 넌 악당이야!"

정수가 순옥이의 병든 팔을 잡는다. 춘길형이 순옥이로부터 깨진병을 빼앗는다. 할머니가마당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싸움소리가 이웃까지 퍼진다.곽서방 내외가 삽짝으로 들어선다. 실례댁도 고샅길을 뛰어온다. 달빛아래동네 사람이 모여든다.

"시우야, 넌 싸우지마. 그옆에 있지마!"

할머니가 헐떡이며 외친다. 쓰러지려는 할머니를 도담댁이 부축한다. 춘길형과 정수가 순옥이를 건넌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순옥이는 계속 악을 쓴다. 창규형이 짱구를 말린다. 장형이 참으라고 타이른다.

"이거 죄송합니다. 예리 저 애, 나이도 어린게 벌써 알콜 중독자예요. 하는짓 봐요. 계집애들 취해서 막 나오면 말릴수가 없죠. 어디 건드릴데가 있나요"

짱구가 손을 턴다. 짱구가 마당에 선 동네 사람들에게 꾸벅 절을 한다.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고 말한다. 건넌방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창규형이 비닐봉지에 핸드백과 소주병을 담는다. 건넌방에 넣어준다. 실례댁이마루로 올라와 걸레질을한다. 송편 만들다 뛰쳐나왔다며, 동네사람들이 흩어진다. 어디서 도마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쇠고기를 난도질하는 소리다."형씨들 나갑시다. 여량에 맥주집이 있던데요. 내가 한잔 사리다. 이런 기분으로 그냥 잘수야 없잖습니까"

짱구가 말한다.

"그만 됐습니다" "모처럼 고향에 왔는데, 식구들과 밀린 얘기나 나눠야지요" "내일 또 봐요. 윷놀이 시합이 있다던데"

셋이 사양을 한다. 그들도 총총히 제 집으로 가버린다. 달이 구름속에 가려버렸다. 건넌방의 순옥이 울음소리가 잦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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