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원화 사회이다. 다원화 사회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복잡하고 각 요소마다 서로 상이한 가치체계를 가지고 저마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정보화 사회, 전문가 사회로 더욱고도화될수록 사회적 직능 분화의 정도가 한층 더 높아져서 사회는 그야말로이해관계가 서로 뒤엉킨 가치경쟁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직분망각 행태 극명
이와같은 가치경쟁의 사회에서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는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작자의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그의미가 비쳐지고 이에따라 다양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사회는 자기의 영향력으로 보아서 마땅히 말을 함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사람들이오히려 앞다투어 말 터뜨리기 경쟁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풍기고 있다.
TV에서 왕왕 울리고, 신문에 주먹만한 활자로 다가오더라도 이를 기억하려고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필시 며칠 안가서 지난번 했던 말은 진의가 그런게 아니었다거나, 전달되는 과정에서 와전되었다는 식으로 보고 듣는 사람의 실수로 몰아버릴테니까 말이다. 편을 달리 갈라서 있다고 해도 같은 사안을 두고 그렇게도 다른말을 할 수 있는지 아연할 때가 많다. 같은 배를 타고양쪽으로 노를 저어가야할 운명인 집권당과 행정부간에도 서로 말터뜨리기경쟁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대통령 측근에 있으니 자기가 먼저 말해야 된다고 가세하는 양반도있다. 모두 정책개발과 시행이 혼선을 빚고, '스태프'와 '라인'이 각자의 직분을 망각하고 서로의 영역에 뛰어들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집권 여당은 정책정당으로서마땅히 정책개발을 하고 이를 국민앞에 제시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 정치란 다양한 의견, 관점 및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용해시켜 갈등을 완화시켜 나갈뿐만 아니라 이러한 다양성을 순기능적으로 통합하여 '시너지'효과를 높이는데 묘미가 있는 것이다.*정책조율 불협화음
물론 정치적 행위란 합리적 기준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지는 행동양태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시행에 옮길 부서의 현실적 여건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앞서가는 말을 던지면 국민으로부터 불신만을 초래할 뿐이다.행정관료들도 이젠 자기들의 틀 속에서 벗어나서 사안이 필경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야하는 가를 관련 부처끼리 충분히 협의를 거친 후에 발표하기 바란다. 정책결정 과정에서야 부서 간에 이론(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결정된 정책을 발표할 단계에서는 적어도 같은 정부 내의 부서간에는 이미 정책조율이된 것이어야 한다.
한 부서에서 요란하게 발표된 내용에 대해 다른 부서에서 난색을 표하거나아예 불가하다는 입장 표명이 나온다면 이는 결국 어느 부서의 말 터뜨리기'해프닝'밖에 되지 않으며, 그만큼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한 셈이며 국민의 정신적 지향성을 혼란시켜 놓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책부서 간의 불협화음과 부서 이기주의적관료주의의 병폐를 드러냄으로써 국민을 불안케 한다.
지자체의 장들의 성급한 행동에서도 말 터뜨리기가 무성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본다. 민선 단체장일수록 인기성 발언보다는 신중하고 일관성있는 정책으로 지방행정을 펼쳐야 한다. 집무실을 일층으로 옮겨 놓는 것이 민의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고 번복할 말은 삼가며 여론을 수렴하고 실무적인 관점에서실행가능한 시책을 제시하고 이를 소신껏 추진할 때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있다.
*책임자 '약속'아껴야
사회적 문제는 어느 한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문제해결에 많은 요소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실무자를 제쳐놓고 앞에 나서서 약속하는 행태는삼가야 한다. 단체장들이 직접 해 놓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게 될 때는 또한번 불신의 골이 깊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노사의 직접적 대면을 원칙으로하는 기업의 노사협상의전략에서조차도 사장은 최후선에서 머물다가 한 순간의 결정적 시점에 나타나서 일을 매듭짓는 것이다. 최고 책임자는 결코 약속을 아껴야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앞에 나서서 말 터뜨리기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정치적 행태의 위인(위인)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한 그런 사회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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