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강은 산을 껴안고

"형, 예리가 또 없어졌어"나는 짱구를 흔든다. 짱구가 이불을 걷고 머리를 내민다. 게게 풀린 눈이다.

"걘 싸도는 애 아냐. 산책 나갔겠지 뭘"

짱구가 이불을 둘러쓴다. 나는이불에서 빠져 나온다. 옷을 입는다. 마루로 나선다. 건넌방 문을열어본다. 핸드백이 있다. 나는 안심한다. 빈 소주병이 뒹군다. 어젯밤엔 분명 뚜껑을 따지않은 소주 한 병이 있었다. 순옥이가 또 그걸 마셔치웠는지 모른다. 나는 마당으로 나선다. 할머니가 부엌에서나온다.

"어딜 나가려구?"

"어디요? 예리 찾아보려고요"

"나가지 마. 길 잃어"

"길 안 잃어요"

"안돼! 제사 모셔야 돼"

할머니가 허리 숙여 달려온다.내 팔을 잡는다. 닭 우는 소리가 기운차게들린다.

"교자상펴고, 사과 배 깎고, 밤도 쳐야지, 너 아비가 했듯 너도 해야 해"나는 그만 마루로 물러선다. 마루 시렁에 얹힌 교자상을 내린다. 교자상을행주로 닦는다. 할머니가 과일 담긴 광주리를 준다. 사과 세개, 배 세개다.나는 사과와 배를 장도칼로 깎는다. 다 깎지 말고 반쯤만 깎아라고 할머니가말한다. 과일 깎기는 밤 치기보다 훨씬 쉽다. 업소에서 더러 깎아 보았다."마두 넌 껍질을 너무 두껍게 깎아. 아무래도 안되겠다. 칼 이리줘" 채리누나가 말했다.

어둠이 완전히 걷혔다. 날이 훤하다. 강변에서새떼 우짖는 소리가 들린다. 한서방네 집도 부산하다. 날이 흐리다. 비가 올 것같다."북실댁, 나 좀 봅시다"

팔배아저씨가 삽짝으로 들어선다. 팔배아저씨는 아우라지 나루터 사공이다. 장사공은 별세하셨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아저씨의 손에 여자용 샌들이들려있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온다. 치마에 물 묻은 손을 닦는다. 사과와배를 나눠줘서 고맙다고 할머니가 인사를 한다.

"뭘 그까짓 것 가지구. 우리 집도 사는 김에 몇개 더 끼웠지요" 팔배아저씨가 계면쩍어 한다. "아주머니, 이 신발 혹시 시우와 함께 온 처녀 신발아닌가요?"

팔배아저씨가 샌들을 들어보인다. 순옥이 신발이 틀림없다. 그 신발을 팔배아저씨가 왜 들고있는지 알수 없다.

"신발요? 예리 신발 맞아요"

내가 말한다. 나는 칼을 놓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샌들을 들여다본다. 나는 차 안에서 순옥이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신발을 보았다."이거 큰일 났네. 그처녀가 물에 빠지지 않았나 몰라. 나루터에 신발만가지런히 놓였지 뭡니까"

팔배아저씨가 말한다.

"처녀는 없고요?"

할머니가 묻는다.

"없으니 신발만 남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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