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공맨' 정치행보 "주춤"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정치적 재기를 모색해온 6공출신 인사들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문민정부 출범이후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해 왔지만 15대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의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정치적 보폭을 넓혀온 인사들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번 비자금 파문으로 6공의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고 들끓는 국민여론도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이래저래 사건의 파장은 이들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여온 '6공맨'으로는 노씨의 아들인 노재헌 민자당대구동을위원장을 비롯해 노재봉 전총리, 정해창 전비서실장, 서동권 전안기부장, 김종인 전청와대경제수석, 유학성 전의원등과 야당에 몸담고 있는 박철언 전의원 김복동의원 등.

일단 초미의 관심사는 올해초 박준규전국회의장의 지역구를 넘겨 받아 정치에 입문한 노위원장의 거취.

어린 나이 답지않게 활달한 성격으로 지역구인 대구에 상주하면서 금배지를 향한 집념을 불태워 왔는데 '꽃도 피워보지 못한채' 도중하차해야 할 처지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관련, 손학규민자당 대변인은 23일 고위당직자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노위원장은 무관하다"고 원칙적인 입장만 피력.

노대통령측의 박영훈비서관은 "노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는바 없다"고 간단히 언급했는데 사건이 수습되는대로 모종의 결심을 하지 않겠느냐는분석이 우세하다.

문민정부의 개혁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던 노전총리도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행보를 활발히 해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노씨는 그동안 민자당 중진 김덕용의원의 서초을이나 고향인 마산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6공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총리를 지내며 '노-노체제'로불릴 정도로 핵심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비자금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동화은행 비자금사건으로 구속됐다 특별사면된 김종인전수석과 재산공개파동으로 의원직을 물러난 안기부장 출신의 유학성전의원의 거취도 관심거리.김수석과 유의원은 명예회복 차원에서 각각 서울의 강남지역과 고향인 예천에서의 출마를 모색해왔는데 특히 김의원의 경우 6공 비자금이란 사안의동질성으로 인해 거취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연희동을 방문해 주도적으로 대책을 모색하는등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이고 있는 정해창 전비서실장과 서동권 전안기부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정실장은 경북 김천 출마결심을 굳히고 사무실까지 개설했고 서부장은 고향인 영천 출마설이 제기돼온 상태.

정실장은 이와관련, "넓은 의미에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비자금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총선출마와 이번 사건은 별개의 사안임을 강조.

정치권을 강타한 이번 사건으로 구여권 출신인사들을 영입하려던 민자당의총선전략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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