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이창호와 류시훈(4)

이창호(이창호)와 류시훈(유시훈)은 지금은 라이벌이 아니다. 현재로선 이창호가 한 수 위라고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른다. 아니 바둑계 인사들은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서봉수(서봉수)구단 같은 사람은 일찍이 류시훈이 아직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있을 때 류시훈에 대해 "어린 나이지만 승부사로서 대성할 싹이 보인다.승부 기질이나 근성이 대단하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소년 중에서는 가장훌륭한 자질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극찬을 한바 있다. 승부근성의 대명사로 통하는 서9단이 "승부기질이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이니 류시훈의 자질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바둑계 인사들이 이창호와 류시훈이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것에는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기대도 다분히 섞여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한국에서 성장한 이창호와 일본에서 공부한 류시훈이 라이벌이 된다는것은 그 자체로 아주 흥미있는 일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사람들은 '조훈현(조훈현)-조치훈(조치훈)' 또는 '조훈현-서봉수'의 속편을 기대하고있는 것이 분명하다.최근 류시훈에 대해서는 이상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10월하순에는제6기 동양증권배가 서울에서 시작되는데 류시훈이 과연 한국 대표로 나오느냐, 일본 대표로 출전하느냐가 한국기원과 일본기원 사이에 논란이 되고있다.

"응창기배(응창기배)가 국적별로 출전 선수를 초청하고, 후지쓰배(부사통배)가 소속 기원별로 프로 기사들이 참가하는 것에 비해 동양증권배는 국가별로 엔트리를 배정하고 있으므로 류시훈은 당연히 한국 대표이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기원측의 주장이다. 한편 "일본 바둑계의 타이틀 홀더요, 일.중 슈퍼대항전에도 일본대표로 출전했던 류시훈인 만큼 동양증권배에도 일본대표로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일본기원측의 항변이다. 이 문제를타결하기 위해 일본기원에서는 해외담당이사가 한국에 건너온다고 한다.한.일간의 문제는 지금도 늘 민족감정 같은 것이 거론되고, 그래서 조금은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대승적인 자세를 보일 때도 되었다. 그리고이런 문제는 최규병 칠단의 말처럼 "해답의 열쇠는 본인이 쥐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한국대표로 나가 앞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데 조금불편할 것 같으면 안나오는 것이고, 그런것에 개의치 않는다면 출전을 하는것이다.

이창호와 류시훈을 한자리에 놓고 생각할때 또 하나 궁금해지는 것은 바둑승부를 떠나 인생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앞으로 누가 더 행복한 삶을살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끝〉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