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번엔 성역없는 수사해야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수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발걸음이더뎌지고 있어 정치권을 의식한 속도조절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신한은행의 3백억원 차명계좌로 불거진 노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은 뜻밖에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이 검찰에 자진출두해 비자금규모를 밝히고 노전대통령이 직접 조성하고 사용했다고 털어놓음으로써 나라안을 온통 발칵 뒤집어 놨다.노전대통령의 집권기간 대부분을 경호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비자금을관리해온 이씨가 비자금을 노전대통령이 직접 챙겼다고 밝힌이상 노전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일반적인 수사관행으로보면 수사기관이 어떤 혐의사실을 포착하면 혐의를 받고있는 사람을 즉각 소환조사해 혐의사실을 확인하는 것인데 이씨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의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치는 너무 늦다.

물론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취하느라고 검찰이 조사를 늦추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이것 저것 다챙기면서 수사하는 것은 의혹만 증폭시킬뿐 설득력이 없다. 지금 국민들은 하나같이 빨리 수사해서 그동안 나돌던 정치권의 검은돈에 대한 실체를 빨리 밝혀주길 바라고 있는데 이같은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수사속도를 늦춘다면 수사결과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얻기 힘들 것이다.

현재 검찰주변에선 노전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서면조사나 방문조사로 대신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여론과 상반되는 것이다. 가능한 빠른 시간내 소환조사를 해야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수사가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될수는 없다고 할는지 모르나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은 여론을 외면하고 정치권을 의식한 덮어두기식 수사로는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전경호실장의 진술로 신한은행에 차명계좌를 의뢰한 40대남자가 이씨밑에서 경호실경리과장을 지낸 이태진씨로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즉각 이씨를소환조사하지 못하고 이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주는 것같아 이 부분도 의심스럽다. 당초 신한은행간부등 차명계좌개설과 관련된 3명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취했던 발빠른 수사와는 다른 검찰의 모습이다.

이처럼 결정적인 사실을 손에 쥐고 되레 수사가 무디어지고 있는 느낌을주는 것은 검찰이 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려 어떤 정치적 결정이 내린뒤 본격적인 수사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든다. 검찰로서는 나름대로의밟아야할 순서를 설정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엔 절대로 겉도는 수사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니 그야말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