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좋은 지도자는 모름지기…

백범일지에서 김구선생은 "내가 갖고 싶은 것은 풍요로운 부국도 아니요막강한 군대를 가진 군사대국도 아니다. 오로지 갖고 싶은 것은 한없이 높은문화의 힘을 가진 문화대국"이라고 갈파하고 있다.**내가 갖고 싶은 나라

만약 이 말을 문화사 교수가 했다면 별다른 감흥도 주지 못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9세에 구국의 뜻을 세운후 70평생을 왜인들에게 쫓겨 다니느라정규 교육은커녕 마음 놓고 책 한번 읽을 기회가 없었던 애국지사-사랑하는조국을 위해서는 테러조차도 불사했던 그분이었기에 이한마디는 천금의 무게로 우리에게 다가드는 것이다.

상해임시정부를 이끄는 동안 강대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부럽기도 했고 일제의 집요한 추격에 그들에 대한 증오감 또한 남달랐을 터이다. 그런데도 그모든 애증을 건너뛴채 문화대국을 갈구하는 백범의 큰뜻이야말로 지도자의경륜이요 시쳇말로 '비전'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새삼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을 꼽는다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혜안과 현실을 읽는 감각, 뛰어난 리더십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무엇보다도 금전에 초연한 청렴성이야말로 지도자의 중요한 기본 덕목이 아닌가 싶다. 요즘에는 나라마다 국가의 정상들이 세일즈 외교한다고 부산하지만 이야말로 하 답답해서 하는 짓이지 정도는 아닐 것이다. 20세기들어 가장뛰어난 지도자로 받아들여지는 중국의 모택동이나 프랑스의 드골이 경제 문제는 아예 주은래와 퐁피두에 일임한채 '조국의 영광'만을 일관되게 추구한사례에서 우리는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도 있을것이다.

이들이 굳이 '돈에 연관된 통치행위'를 외면한 것은 경제가 중요치 않은것이 아니되 돈이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목청을 높이면 정의가 잠들어 버릴수도 있음을 통찰했기 때문이 아닐는지.

아무튼 돈에 이끌려 다니는 정치가 잘될리는 만무인 것이다.**돈에 얼룩진 정치판

작금 며칠동안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스캔들로 나라안이 왼통 벌집 쑤신듯야단이다.

군사정권이 장기집권한 우리 형편에 정치 인재가 길러지지도 않았는데 어찌 백범이나 드골같은 천하의 경륜을 기대할수가 있을까마는 아무래도 이것은 너무한것만 같다. "믿어 주세요"하면서 끝까지 잡아뗀 몰염치성이 돈을챙겼다는 사실보다도 시민을 더 분노케 했고 '통치자금의 일부'라고 강변하는 뻔뻔스러움에서 새삼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느끼게 되는것이다.통치자금이라니 그렇다면 이 나라에는 국가예산외에 정치판을 조정하고 사회의 후미진 부분을 전단하는 자금이 있었다는 뜻이된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그동안 찜찜하게 거두어들인 돈으로 법 테두리 밖의 일까지도 마음대로주물러댔고 또 많은 여·야의원과 사회 지도계층 인사들이 통치자금이란 명목으로 던져주는 미끼를먹고'해야할 말'과 '가야할 길'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제시대의 군왕이 총신을 거느리는 방식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고 또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우리 모두 예삿일이 아닌것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어느 여권의 중진은 노전대통령이 고향으로 낙향해야한다고 했거니와 이또한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낙향이라 함이 평생을 진력해 국정에 힘쓴 노재상이 말년에 고향에 내려가한거한다는 뜻이라면 노전대통령에게는 아예 해당되지 않을게 분명하다.**'가야할 길'가는 모습을

또 낙향이 귀양 보내는 의미를 내포한다면 대구가 죄인들이 사는 귀양처냐고 반문하고 싶은 것이다. 세계화 시대니 하면서도 아직도 서울이 왕도인양낙향운운 하는것이 고작인 이분들을 보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론을 새삼 반추케 되는 것이다.

50년이 지난후 오히려 우리를 더욱 새롭게 일깨우는 백범 김구선생의 높은경륜이 더욱 사모되는 요즘이다.

〈김찬석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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