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사람-팔순에 일기집 펴낸 유재두할머니

"늙은 몸이 주인 계실때 틈틈이 써두었던 일기를 이제 다시 읽어보니 정신도없고 감회가 무량하다"팔십 평생을 잠시도 쉬지않고 움직여 집안을 다둑이고 음식을 장만하고 대소사를 돌본 벽진이씨 후석파 종부 유재두할머니(83)가 쓴 일기집 '이내 말쌈 들어보소'가 출간, 화제를 낳고 있다.

1913년, 서애의 후예로서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유할머니는 상주국민학교를 졸업하고 17세 되던해에 일본 구마모토에 유학중인 이용기씨와 중매로 결혼하고 종부로서 큰살림을 살면서 격변의 20세기를 한가정이 흔들리지않게굳굳하게 지켜왔다.

"82년에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비로소 조금의 여유시간을 갖게되면서쓴 일기를 자녀들이 정리, 책으로 엮은 것"이라는 할머니의 일기속에는 무너져가는 전통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생각들, 날로 어려워가는 집안 걱정, 동기간의 우애와 친정 걱정, 아끼면서 살았던 노부부의 로맨스그레이등으로 꾸며져 있다.

"특유의 절약정신탓으로 달력장, 헌 편지지나 광고지 뒷면, 노트조각, 수첩등에 쓰여졌습니다"

장남 이호철교수(경북대)등이 힘을 합쳐 펴낸 이 일기에는 시아버님(이우익,3대 법무부장관)의 비석을 세우기위해 애쓴 일이며, 97세의 고령인 미동언니에 대한 애틋한 정분, 독립운동하다가 타계한 오빠(유원우, 일본 동경대조선인유학생총학생회장, 신간회 동경지부 총무)얘기, 남편(이용기 전 치안판사, 농협지부장)을 사별한뒤의허망함, 맏사위(정순목, 전 영남대교수)를먼저 보낸 일등이 내방가사 문투로 잘 그려져있다. 시어머님이 쓴 내방가사등도 실려있다.〈최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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