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배성동·명지대교수 정치학)--대통령은

*조롱받는 '보통사람'전직대통령이 '보통사람('노통'의 대명사)'의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돈을 재직중에 챙겨놓은 것이 드러나 온 국민의 관심거리가 되어 있다. 물태우가 아니라 돈태우라고 언론에서 조롱을 받으니 대구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느끼지 않을 수 없다.

노태우씨에 대한 비난과 저주, 단죄론이 들끓는 가운데서 그에 동조하기는쉽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에 대한 인간론으로만 몰고 가기보다는이 기회에 우리의 대통령제,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가를 검토해 보는 것도뜻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헌정사가 보여 주듯이 역대 정권은 모두 그 끝이 좋지않았는데 그원인은 정권욕에 있었다. 왜 권좌에서 쉽게 내려올 수 없었는가. 권력이 지나치게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달리는 호랑이 등을 탄격으로 내려 올 수 없기도 하거니와 또한 권력의 핵심에 모인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아첨이 한데 엉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만과 박정희대통령은 종신제를 만들었다가 4·19로 쫓겨나고10·26으로 죽임을 당했다. 전두환대통령은 그 전철을 밟지는 않았으나 대통령을 그만 두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제도적 장치(국정자문회의,일해재단 등)를 만들고 친구인 노씨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가 배신당하는 꼴이되었다. 노통은 권력의 안정을 위해 3당 합당을 하고 내각제로 개헌하여 그자신으로써 대통령제를 마감하려했으나 김영삼씨가 말을 듣지 않아 오늘에이르게 된 것이다.

*3권장악 권력집중

우리는 대통령의 존재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그것은 매우 비민주적인 제도라는 것을 알게된다. 무슨 소리냐, 대통령은 미국에도, 프랑스에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분이 있을 것이다. 답은 이렇다. 그 나라에는 프레지던트(President)가 있지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이라는 한자의 뜻을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Great Ruling Boss', 즉 '위대한 통치자'라는 의미에가깝다. 중국에서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되었을때 권력을 잡은 원세개가 대통령, 또는 대총통이라고 했는데 지금껏 대만은 총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과 북한에서는 주석이라고 그 명칭을 바꾸었다.우리의 대통령은 영어로 President라고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모든 것을 한 손에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이다. 3권분립은 교과서에만 있고 실제로는대통령이 여당을 통해 국회를 장악하고 사법부에 대해서는 인사권과 행정부의 검찰권을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가예산을 쓰거나 지원받는 거의모든 조직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데 그 기관은 대통령 직속이다. 기업들은세무조사라면 벌벌 떨게 되어 있다. 옛날 왕의 권력이란 지금의 우리 대통령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전철되풀이 끝나야

우리 헌법은 이러한 권력자를 5년간만 재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권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놓을수가 없고 그렇다고 놓지 않을수도 없으니 일단 큰 돈을 움켜쥐어야 어느 정도 안심하게 되어 있다.

이, 박두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돈을 챙기지 않았다고 해서 그 분들의 청렴을 칭송하는 말들을 듣는데, 권력을 평생 쥔다고 생각했으니까 치부를 안했던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단임제의 폐해는 이미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답습하고 말았다. 대통령제를 그대로 해 나갈것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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