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52)-강은 산을 껴안고(45)

"일행이지요. 이름이 뭐요?"안경쟁이가 짱구를 상대한다.

"장명굽니다"

"죽은 여자와 어떤 사이요?"

"그냥 아는 사이죠. 시우와 난 단란주점에서 일하고, 예리는 그 옆 나이트클럽 호스테습니다. 시우 고향에간다니깐 추석에 집에 가기 싫다며 껴붙었죠"

"이름이 김순옥인데, 현주소는 경기도 구리시로군"

땅땅이가 말한다. 주민등록증과 수첩을 들고 있다. 다른 손엔 핸드백을 들었다.

"예리는 클럽에서 부르는 이름이죠. 차를 타고 올 때도 살기 싫다는 말을자주했어요. 자살하고 싶다기에 웃기지 말라고 퉁바리를 놓았죠. 농담인줄알았지 뭡니까. 여기 온 첫날 밤, 그럴 마음도 없는데, 병이 있으니 자기 방에 올 생각을 말라는 헛소리도 했구요. 유서 같은 건 없던가요?"짱구가 건넌방에 눈길을 준다.

"없었소"

"두 분 지서로 가줘야겠어요. 김순옥씨 사망 조사에 협조해 주시오"땅땅이가 말한다.

"우리 시우는 안돼요! 시우한테 무슨 조사를 할게 있다구" 할머니가 나선다. 땅땅한 순경의 소매를 잡는다. "동네 사람한테 물어봐요. 그 처녀가 어젯밤에 혼자 억상을 취해서 들어왔어요. 죽겠다며 술병을 깨고 난리를 피우다, 겨우 잠을 재웠어요. 춘길아, 내 말 맞지?"

"이장님도 잠시 동행해주셔야 겠습니다"

안경쟁이가 말한다.

"시우야, 가자" 짱구가 말한다. "우린 제 차로 지서에 가겠어요"할머니가 땅바닥에 퍼질고 앉는다. 울음을 터뜨린다. 나도 따라가겠다며패악을 친다. 한서방과 춘길형이 할머니를 달랜다. 나는 짱구를 따라 나선다. 가슴이 방아를 찧는다. 경찰서로 가기가 두렵다. 순경은 짱구와 나를 팰는지 모른다. 짱구는 꺽다리의 다리를 일본도로 내리쳤다. 그 사건으로 짱구는 잡히지 않았다. 춘길형, 정수, 창규형이 짱구의 그 말을 들었다. 대문을나서며, 나는 할머니 쪽을 돌아본다. 할머니가 손을 내저으며 울부짖고 있다. 손주 데리고 성묘를 가야한다고 외친다. 우리 따라 나서려는 할머니를춘길형이 붙잡고 있다. 모기 울듯,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강둑길을 따라 앰블런스가 오고있다. 붉은 십자표가 보인다. 날씨는 곧 비라도 쏟아질 듯하다. 하늘은 구름이 무겁다.

우리는 공회당 마당으로 온다. 경찰차가 주차해 있다. 동네 사람 너댓이모여있다. 순옥이의 시신은 여전히 비닐에 덮여있다. 나또래 순경이 시신을지키고 있다. 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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