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씨 '산사유배' 조계종 입장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 해결수순으로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되고있는 '산사유배'에 대해 조계종측 입장은 어떨까.송월주총무원장은 26일 '노태우 전대통령의 정치비자금 사태에 관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의 입장'을 발표한 자리에서 "나중에 결정할 문제지만 절에서 참회·정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생각한다"고 말해, 노씨의 산사행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일부에서는 "절이 대도령들의 피난처냐"고 반발하고 있지만, 월주원장이내외에 수용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만큼 '제2의 백담사행'도 가능하다는 것이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불교의 기본 교리가 자비와 용서, 중생 구제에 있는만큼 노씨 본인이 굳이 원한다면 막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다만 극도로 악화된 국민 감정상 노씨가 절로 '유폐'될 경우 구색용으로라도 몇가지 조건은 전제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백담사행때 적용됐던 조건들이 마찬가지로 충족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시 전씨는 경남 고성의 문수암과 월정사, 지리산 산사 등 자신의 거처를놓고 심사숙고 했으나, 유폐의 원래 의미에 어긋나는 대규모 호화 사찰, 언제 돌발할지모르는 기습 시위에 취약한 곳 등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오지의 백담사로 정했다는 후문이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노씨 집안이 2대째 관계해온 대구 파계사를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지만, 경비에어려움이 많아 거처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옥숙씨가 지난 19일 '30년 중창불사 회향 법요식'에 참석, 세인의 눈길을 끌었던 경북 김천 직지사는 두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되지 못하는 까닭에배제되고있다.

절 규모가 엄청나고 외양이 화려한 데다, 일반 신자들의 출입도 빈번해 '유배지'로는 적합치 않다는 것.

조계종의 한 스님은 이와 관련, "노씨가 굳이 산사행을 택한다면 막을 수는 없지만, 거처할 만한절이 마땅찮은게 사실"이라며 "산사행이 최종 결정되면, 자그마한 암자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씨가 독실한 불교신자 집안이지만, 대통령 재임당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서의현 전총무원장이 갖가지 비리와 전횡으로 일선에서물러나는 등 불교계의 노씨 인맥도 극도의 위축을 당해 노씨의 거처 주선에선뜻 나서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 조계종측 설명이다.

실제 노씨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조계종측에 공식적으로 거처 주선을 요청해온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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