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의 대국민사과를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허탈·분노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한때나마 이 나라의 대통령직에 있었던 인물이 그같이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면서 5공의 전두환씨의 비자금파문에 이은 전직 대통령의 엄청난 부정부패앞에 할말을 잃게된 것이다. 사상유례없는 '통치자금'이란 표현의 부정축재를 밝히며 참회와 사죄의 눈물을흘리는 노씨의 모습에서인간적 연민을 느낄수는 있으나 사과문의 내용으로보면 반성의 진실을 의심하지않을수 없다. 참다운 사죄는 잘못을 진정으로뉘우치는데서 출발하는 것으로 볼때 노씨의 대국민사과발표는 오히려 국민의의문만 증폭시켰고 따라서 또한번 배신의 분노를 사게된 것이다.노씨는 그 돈을 오랜 관행에 의한 것이라했고 자금의 명칭도 법률용어가아닌 '통치자금'이라 지칭함으로써 자금조성취지의 불법·비리를 호도하려는인상을 준 것이다. 이 돈이 불법적 정치자금이나 뇌물이라면 그것은 분명히부정축재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법치국가에서 대통령의 국가경영은 어디까지나 법치일뿐 인치나 통치는 아니다. 대통령에게 누가, 어떤 법으로 통치자금을 자의대로 조성할 권한을 주었는가. 그것이 5공의 전씨때도 있었던 관행이라면 백담사행때의 비자금국가반납 당시에 적어도 노씨 자신만 은 나쁜 관행을 없앨 각오를 가졌어야 했다.그리고 조성경위에 있어서도 기업인들의 성금이라며 마치 이권과 관련이없는 자발적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노씨의 말대로 재임기간에 5천억원을조성했다는 것을 믿어준다해도 연간1천억원이상의 돈을 어느 기업인이, 얼마나 많은 기업인이 제발로 주려왔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은 일이다. 그의 정직성에 의심만 더할뿐이다. 또 자신이 썼다는 3천3백억원도 지출내역의 대강조차 밝히지 않아 항간에 나도는 여야정치권의 대선자금지원등의의문만 더 크게 했다. 깨끗한 정치, 정경유착단절을 위해서도, 그리고 장래집권자들의 이른바 '통치자금' 조성의 재연을 막기위해서도 노씨는 이 자금의 지출내역을 밝혔어야 했다. 특히 정치자금, 그중에서도 대선지원자금을공개함으로써 사과의 성실성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럴뿐아니라 노씨는 자신이 조성한 자금이 5천억뿐이라고 하지만 세간에는 상당한 증거와 함께 해외도피자금과 노씨가족의 숨겨진 돈에대한 의혹이짙어지고 있다. 이 문제에대해서도 해명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남은 돈 1천7백억의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본인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이같은 사과내용의 불성실은 그의 눈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또한번 우롱한다는 인상을 지울수없다. 그가참으로 반성하려면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의혹이 남지않도록 진실을 밝히고 응분의 사법적 심판을 받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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