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씨 비자금'-밝혀야 할 의문점

노태우 전대통령은 27일 대국민사과에서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것이 한없이 부끄럽고 국민 여러분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다"면서 회견을 마쳤다.마지막 순간 회한의 눈물 자국까지 보였던 회견이었지만 노씨의 회견에는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많은 의혹과 의문점들이 따르고 있다.시민들은 먼저 노씨가선택한 '통치자금'이란 용어가 과연 옳은 것이냐며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노씨는 이날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통사람의 시대'를 주창하며 나섰던 노씨가 이 단어를 사용한데는 한마디로 대통령의 통치행위 차원에서 조성한 자금인 만큼 면책사유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이라 할수있다.

'오랜 관행'이란 표현도 전직 대통령들이 그동안 해왔고 현 대통령도 계속하고있을 개연성을 시사하면서 "왜 나만 가지고 야단들이냐"는 항의조의 어투임은 물론이다.

그러면 그가 대부분을사용했다는 '정당운영비'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통령 비자금의 핵심은 이른바 정권유지비에 있다는게 정가의 정설이고 여기에는 집권당의 운영비, 각종 선거자금, 여권인사 관리비등이 포함된다.그가 자신이 총재로 있던 민자당 운영비라고 표현하지 않고 '정당운영비'라고한데는 여야를 차별하지 않고 분배됐음을 시사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높다는 분석이다. 14대 대선당시 선거자금으로 민자당 후보는 물론 야당후보에게도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려는 의도라는 것.다음으로 노씨가 밝힌 5천억원이란 액수가 과연 사실이고 쓰고 남은 돈은1천7백억원 뿐이겠는가이다.

정가에서는 통치자금이 관행이었다는 점을 십분 감안한다해도 관행에 따라지출된 세부항목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볼때 '지출초과'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즉 집권당 운영비, 각종 선거자금 지원, 여권인사 관리비, 전별금등을 모두 계상하면 5천억원을 훨씬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7천억원 이상을 조성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 전대통령과 단순비교를 한다해도 이후의 우리 경제의 볼륨을 감안하고 노씨가 '지출에는 인색했지만 모금에는 뒤지지 않았다'는 세간의 풍문을 고려할때 납득할수 없다는게중론이다.

이날 회견에서 특히 △기업인외에 국책사업 과정에서 받은 자금 △김옥숙여사의 비자금 △외국 은닉 외화 △부동산등 다른 재산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의혹과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는 "5천억원의 통치자금 대부분이 기업인의 성금으로 조성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가져온 돈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으로보인다.

하지만 6공 5년내내 율곡사업, 차세대전투기사업, 경부고속전철, 원전공사, 골프장 내인가등 국책사업이 계속됐고 국책사업에는 거액의 리베이트가뒤따른다는 점을 감안할때 아직도 숨기는 구석이 너무 많다는 반응들이다.또 씀씀이가 컷던 것으로 알려진 '안방마님'김옥숙여사의 비자금 부분과92년딸 소영씨의 외화 밀반입사건이 상징해주는 스위스은행 비자금설, 그리고 대구와 수도권 지역에서의 부동산 투기설등에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던점도 뭔가 숨기려는 데가 있어 그렇다는 관측이다.

노씨가 이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늘어놓은 주장중 가장 일반 서민들의 분노를 산것은 '그늘진 곳'에 돈을 썼다는 표현이다. 그가 말하려는 그늘진 곳이란 일반적으로 볼때 양로원 고아원등의 불우이웃이나 파출소등을 방문할때내놓은 위문금이나 격려금을 말하는 것이지만 과연 그돈이 몇푼이나 되느냐는 반문들이다.

이처럼 회견이후에도 의혹과 가식의 먹구름이 가시지않고 있는데 대해 일각에서는 "벼랑에 몰린 노씨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것 같다"면서 "한번 죽기도 어려운데두번 죽는 '커다란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는 반응을 낳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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