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씨 비자금' 사법처리 4당4색

노태우전대통령의 처리를 두고 여야각당은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민자당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전직대통령의 구속에는 적잖은 부담을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노전대통령의 사과발표전까지만해도 공개를 적극 검토해온 대선자금문제도 검찰 수사에 맡긴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국민감정에 따라 노씨에 대한 비난에 동참하고 있지만 파국은 바라지 않는분위기다.이같은 기류속에 여권내에서는조기수습론과 정치권대수술론이 맞서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우선 다수의견은 '조속한 수습'에 모아지고있다. 노전대통령문제가 장기화될수록 여권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눈앞에 닥친 총선에 득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대부분 민정계인사들이 강조하는 논리다. 총선을 책임져야하는 당지도부도 조기수습을 원하고있다.

이들은 당일각에서 이번 파문을 계기로 급부상되고있는 '민자당내에서 민정계가 떨어져나가도록 민주계가밀어붙인다'는 소위 '민자당 대란설'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정치권 전면수술로 연결시켜야한다는 주장도 적지않은것이 현 기류다. 주로 민주계 소장파인이들은 이번 기회에 기성정치권의과거를 모두 청산하고 여권의 새판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야당의 기성정치권의 교체도 촉구하고있는 것으로 결국 세대교체와도 상통하는논리다.

국민회의는 노전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요구하면서도 태도는 모호한 편이다.국민회의는 김대중총재가 대선때 노씨로부터 20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난후 노씨처리에 더욱 신중한 입장이다.

이 문제를 들춰봐야 이로울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총재는 북경 기자간담회에서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노씨의 신변처리에 대해 "중요하고도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고 밝히는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국민회의는 노씨에 대해서는 이같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박지원대변인은 지난 29일 "노씨가 3천3백억원의 통치자금을 정당운영비로썼다면 결과적으로 김대통령이 이를 받아서 사용했다는 이야기"라며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의혹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은 다르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는 달리 이 문제를 정치권 전반의비자금문제로 극대화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기세다. 이 기회를 정치적도약의 절호의 찬스로 인식하고 있는 민주당은 노씨에 대한 구속수사등 사법처리와 함께 김대중, 김종필씨에게도 화살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노씨 비자금사건으로 3김청산이라는 정치적구호를 국민적 설득력을 갖는 내용으로 구체화시킬수 있는 정치적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민주당은 정치권의 비자금 문제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타락한 정치권의 대안세력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기세다.

자민련의 대응은 이중적이다. 안성열대변인의 성명은 격렬하고 김종필총재의 태도는 모호하다. 안대변인은 노씨 사과성명이 발표된후 "노씨의 후안무치함을 다시한번 보게 됐다"며 노씨의 즉각적인 구속을 촉구했다.3당합당으로 노씨와 일정부분 책임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자민련은 자칫온건한 입장을 보였다가 한묶음으로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이때문에 당내의 일반적인 분위기보다 강도가 높은 성명을 발표할 수 밖에없는 입장이다.

자민련은 이때문에 국민회의와마찬가지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민자당의 대선자금이 1조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비자금 못지않게 대선자금의 내막이 밝혀져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김대중총재와 마찬가지로 1백억원의 비밀계좌가 폭로된 김종필총재도 은밀한 정치자금을 만들었다고 노씨에게 일방적으로 돌팔매를 던질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두사람 모두 그런 자금을 만들어 사용한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볼때 김대중,김종필씨등 양김씨는 노씨의 구속처리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 노씨의 구속이 불가피할 정도의 비자금내역이 밝혀지고 국민감정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경우 양김씨도 모호한 입장에서만 계속 머물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배홍락.이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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