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노씨 비자금 김대통령의 선택

김영삼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국무위원과 조찬을 가진 데 이어,이날 낮에는 황낙주국회의장등 3부요인 및 야당 대표들과 오찬을 갖는등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의 수습방안 모색에 부심하는 바쁜 행보를 시작했다.김대통령은 캐나다와 유엔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인 28일 저녁에도 청와대에서 이홍구국무총리, 한승수청와대비서실장 등 관계인사들로부터 사태에 대한보고를 받았다.

김대통령이 장기간의 해외여행에서 온 여독도 채 풀리기전에 사태수습을서두르는 것은 이번 사태를 가급적 빨리 수습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 따른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국무위원 조찬과 3부요인 및 야당대표와의 오찬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대강의 처리방향과 금주중 처리가 매듭지어 질 것임을 암시하고정치권의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 김대통령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노씨의 신병처리문제.

이미 드러난 비자금의 규모와 조성과정만으로도 범죄행위 구성요건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이 국가위신등을고려할 때 바람직한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밖에 노씨를 구속하는 경우 노씨의 측근과 기업인 등 수십명의 연루자가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로 발전, 김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을 가져올 가능성도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미 최악의 상황에 까지 이른 국민여론과 야권의 구속수사 요구를 무시할 수는 더더욱 없다.

노씨를 일단 법정에 세운 이후의 문제도 청와대로서는 뜨거운 감자다.비자금 액수등으로 미루어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에는 상당한 형량을 받게될 것으로 보이는 데, 과연 이같은 전례를 만드는 것이 국가적으로바람직하며 6공과의 합작으로 정권을 잡은 현정부가 악역을 떠맡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여권에서는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노씨를 사법처리한 후에 정치적 사면을 하고, 노씨에게 낙향을 하거나 해외망명를 권고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으나청와대측은 노씨가 해외에 숨겨둔 자금내역을 본인 스스로 밝히지 않는한 해외망명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김대통령으로서 가장 큰 결단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노씨로부터받아쓴 것으로 알려진 대선자금의 공개여부일 것같다.

김대중국민회의 총재가 20억원수수사실을 밝히고 나오는 등 사건이 이미대선자금문제로 비화된 판에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었다가는 함께 비난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정면돌파의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이 문제와 관련 과연 선뜻 결단을내릴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비자금 수사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뒤에 담화문등의 형식으로 김대통령이 직접 대선자금문제를 밝힐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청와대 주변에서나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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