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소 희귀음반 CD로 "햇빛"

사회주의 혁명 이후 오랜 세월동안 창고 속에서 잠자고 있던 구소련 시절의 주옥같은 명반들이 수십년만에 빛을 보게 되어 전세계 음악 애호가들의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러시아 태생의 미국인프로듀서 트리스탄 델이 이끄는 유에스에스유 아트(USSU ART)사는 구소련 국영방송인 오스탄키노(현재의 ORT방송)의 음악 자료실에 보관중이던 음반들을 발굴해 CD로 옮기는 무려 1백만달러 어치의 프로젝트를 지난 92년부터 계획해왔다. 20세기 소련 음악의 거자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직접 연주한 공연을 녹음한 음반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브 리쳬르의 공연실황 음반등 그동안 서방세계에는 한번도 공개되지않았던 진기한 음반들이 방송국 음반 보관실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음을확인한 이 회사는 끈질긴 협상끝에 93년 러시아 측과 계약을 체결, 이들 음반을 상업적으로 발매할 권리를 얻었다.

그러나 이 야심찬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않았다. 보물창고를 너무싼값에 열어주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러시아측이 계약무효를 주장, 법정으로까지 가게되는 우여곡절을겪기도 했다. 예브게니 시드로프러 문화부장관등이 가장 완강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귀한음악을 모든 사람이 함께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델 사장의 설득과 탁월한 수완이 결국 이 세기적인 문화 이벤트를 성사시킨 것이다. 사실, 재정난으로 방대한 양의 음반을 제대로 관리할 자신이 없었던 러시아의 사정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었다.

음반들 중에는 외국연주자들이나 가수들의 모스크바 공연 실황을 담은 것도 많은데 소련에서 더 인정받았던 미국의 흑인가수 폴 로빈슨의 음악도 포함되어 있다. 로빈슨의 1949년 모스크바콘서트 실황을 담은 첫 음반등 1백여개의 타이틀이 앞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부터 발매될 예정이다.반 세기의 긴 잠에서 깨어난 음악을 들으면서 세계는 다시 한번 냉전이 끝났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모스크바·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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