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치권은 반성할게 없나

노태우전대통령이 '검은 돈'에 대한 조사를 받기위해 우리헌정사상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으로선 처음으로 오늘 검찰에 출두했다. 노씨 스스로 말한 것처럼 '못난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잘못으로 우리는 오늘 얼굴을 들수없는 부끄러운 심정을 감출수 없다. 5년간 대통령에 재임하면서 5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쓰고남은 1천8백억원을 퇴임뒤에도 감추어두었던 사람이 검찰의 직접조사를 받게된 것이다.오늘은 검찰로선 엄청난 짐을 지게되는 벅찬 날로 느껴질 것이다. 전국민들의 눈길이 검찰로 모아지고 출두한 노씨가 국민들이 기대하는 속시원한 진술을 할는지, 아니면 대국민사과나 검찰에 제출한 소명자료처럼 또 어물쩍넘어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로선 처음겪는 전직대통령의 소환조사에 나름대로 모든 지혜를 짜내 국민들의 기대에 따르는 결과를 내놓으려는 모습이다.

노씨의 비자금문제가 불거진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는 그런대로 소신있게진행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의 검찰수사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보였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물론 노씨측의 자충수같은 자백이 있었기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노씨의 비자금문제가 현재의 상황까지 파헤쳐지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얘기가 아닐만큼 검찰의 수사는 예상을 뛰어넘은 진행인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이제 전직국가원수를 검찰청사로 불러내는데까지 왔다. 이같은 소환자체만으로도 우리검찰로선 획기적인 사건이다.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을 지금 우리검찰은 해낸 것이다. 물론 역대국가 원수가운데 퇴임뒤 검찰의 조사를 받은적이 없는것은 아니다. 몇차례 있었으나 모두가 검찰의 방문조사이고 서면조사였다. 오늘같이 검찰청사로 당당히 불러내 조사한 적은한번도 없었다.

검찰은 오늘 전직국가원수를 불러내는 큰 일을해냈지만 정말로 큰 일은이제부터 시작이다. 노씨로부터 비자금의 조성경위와 사용처를 명확하게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의 궁금증은 엄청나게 쌓여있다. 노씨가 대국민사과에서도 그랬고 검찰에 제출한 소명자료에서도 역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은 거의 언급하지않고 넘어갔다. 검찰은 이같은 부분을 노씨로부터 직접 받아내야 한다.

만약 노씨를 불러놓은검찰이 오늘도 이런 부분들을 캐내지못한다면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를 긍정적으로 보고있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검찰을 외면하게 될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특히 검찰이 밝혀내야할 항목가운데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92년대선자금문제는 꼭 캐내야한다. 뿐만아니라 노씨의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모든 비리도 국민들앞에 밝혀야만 전직대통령을 소환한 검찰의 체면이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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