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우리의 상

조화가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 상(상)을 이루고 있으며 사물과 인간은 상에의해 보호받고 있다. 만약 사물의 상이 파괴된다면 자연은 거대한 물질로 화하여 인간을 습격해 올 것이고 인간은 무지막지한 생명체가 되어 그 맹목적인 힘을 주체하지 못해 요즘과 같은 세태를 표출하게 된다.우리 조상들은 온 가족이 안존하게 기거할 수 있는 집은 주변자연환경과인심이 후한 곳이 가장 적지라고 하였다. 규모가 장대하고 완벽한 집을 동경하긴 했지만 분수에 넘친다 싶으면 초가삼간이라도 만족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도시화가 급속히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자연을 떠나 도시로 몰리게 되었다. 도시문명이 발생하고 이기(이기)의 활용으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문화적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많은 모순이 내재돼있다.더욱이 요즘 대구도 도시가 입체화, 고층화되면서 대지와는 유리된 삶을영위하는 상황에 처했다. 오랜 전통인 이웃과 어울리면서 만들어졌던 마을,즉 공동체의식은 사라지고 오직 자기만을 위한 수직적인 관계만 성립되는 주거형식이 보편화되었다. 또한 도시인들은 그 행동궤적이 집과 직장이라는 왕복운동이며 이 궤도에서 이탈되는 일은 거의 없다. 리스먼의 지적처럼 '고독한 군중'의 수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고독이 명절때 우리를 고향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고향에는 집과 부모형제가 있고 조상의 혼백이모셔져 있어 마음속에 커다란 정서로 자리하고 있으며 설명할 수 없는 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이것이 구호가 아닌 실천이 될 수 있는 슬기를 결집할 때라면 우리의 집, 우리의 정서를 하나의 새로운 '상'의 지평으로써 재고해 봄이 어떨지….〈건축가·경북산업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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