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씨 검찰수사-'비자금' 엇갈린 진술

'노태우 전대통령의 분신'이라고까지 불리웠던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과노 전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진술을 하고 있어 이들간의 속사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씨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부터 간간이 이들간의 '불화설'이불거져나오기는 했으나 이번에 노씨가 검찰에서 지금까지의 이씨 진술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을 한 것은 그 골이 생각보다 상당히 깊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준 것이라 할 수있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검찰에 소환돼 "지난 88년2월 경호실장에 임명된 뒤 '통치자금'을 관리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노 전대통령이 수표를 건네주면 이를 예치했다가 필요할때 인출하는 역할만 했을 뿐 조성과정이나 사용처는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는 결국 자신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며 문제의 비자금은 노씨가 직접 조성·관리·사용했다는 말이 된다.

반면 노씨는 이번에 검찰에서"내가 기업체 간부들로부터 '통치자금'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경호실장인 이씨가 기업체 간부와 만나는 일정 등을 조정,마련했고 이에 따라 접견실이나 안가등에서 받았다"고 밝혀 이씨가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깊숙이 개입했음을 진술했다.이같은 노씨의 진술은이씨가 모든 책임을 노씨에게 떠넘기고 빠져나가려고 한데 반해 노씨는 이씨도 자신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한 셈이 된다.

노씨는 평소 무슨일을자신이 스스로 하기보다는 옆에서 다 만들어주어야나서는 타입이어서 비자금 마련에도 이씨든 누구든 적극적인 역할을 한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노씨를 잘아는 인사들의 지배적인 의견들이다.검찰도 이같은 노씨와 이씨간의 부조화를 간파해서인지 노씨의 귀가조치후곧바로 이씨를 재소환해 서로 진술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 추궁하기로 했다.물론 이같은 검찰의 조치는 비자금 조성경위에 대한 정확한 사실규명과 함께 이씨의 사법처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해 검찰은 노씨로부터는 별다른 진술을 얻어내지는 못했으나 노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현재 노씨와의 관계에서 무엇인가 '적신호'를 보이고 있는 이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경우 어쩌면 의외의 소득을 얻어낼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노씨와 이씨가 불화를 보이고 있다는 증후는 이씨가 검찰에 출두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씨는 지난 22일 검찰에 자진출두해 노씨의 차명계좌의 소재를 쉽게 검찰에 넘겨주는 등 검찰수사에 순순히 협조한데다 모든 책임을 노씨에게 돌렸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주변에서는 이와관련해 만약 이씨가 아니었다면 노씨가 지금처럼 곤경에 처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검찰의 수사도 아직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씨가 비자금 사건이 터진후 검찰에 출두하기 앞서 1차례 노씨를 찾아가기는 했으나 검찰의조사를 받은 이후에는 한번도 노씨의 연희동자택을찾지 않은것도 이같은 불화설과 무관한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노씨가 지난 88년 2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곧바로 군복을 벗고 경호실장으로 청와대에 따라 들어가 노씨의 대통령 재직 5년 가운데 대부분이라고 할수 있는 4년7개월동안을 경호실장이라는 최측근으로 있었고 이어 안기부장이란 중책을 맡았던 이씨가 지금 같은때에 연희동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과 정계주변의 분석이다.그러나 아직까지 왜 이들 관계가 이처럼 틈이 생기게 됐는지에 대해서는알려진바가 별로 없다.

단순하게 보면 이씨가여러가지 계산하에 자신이 사법처리를 모면해 보려는 생각에서 자신의 주인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이보다는 보다 복잡미묘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관측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노씨가 퇴임한 이후에 이씨의 재산과 고급승용차 문제 등 돈 씀씀이를 두고 노씨측과 좋지 않은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추측했다.

노씨의 비자금 계좌를 관리하던 이씨가 어떤 형태로든 그 자금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아무튼 '대통령의 사람은 언론에 자주 노출돼서는 안된다'며 기자들과 한번도 공식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정도로 노씨에게 충성심을 보였던 이씨가 노씨가 가장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돌변한 태도를 보이게 된 데대해 국민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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