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이진협 국제부장)-시장의 관용차

최고 재판소의 위헌판결이 내려져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연회석상에서 외국어를 쓸 경우 벌금을 매길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규칙을 만들 정도로 자국 문화에 대해 콧대가 센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을 비롯, 정관재계인사는 모두 프랑스제 차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중형'타는 불대통령

대통령관저인 엘리제궁을 비롯, 재벌 그룹 총수들 마저도 푸조 405, 시트로앵,르노등 프랑스제 일색이다. 특히 시라크대통령은 취임후 한등급 올려 3천㏄인 르노 사프런을 타고 있지만 역대 프랑스대통령들은 전통적으로 르노25를 전용차로 사용하고 있다. 8기통이기는 하지만 가격이 대당 18만프랑(한화 약 2천7백만원)짜리인 르노 25는 우리 수준으로는 쏘나타 정도의 중형차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차를 외국 원수들의 방문때도국빈용으로 내놓고 있다.외국 귀빈이 올 경우 캐딜락,링컨 콘티넨털등을 내놓고 환대하는 우리와는퍽 대조적이다. 자국산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긍지와 검소함을 동시에 엿보게해주는 사례로 볼수 있다.

일본에서도 정관계 관리들은 물론 재계인사들까지 모두 일제차를 이용한다. 미국 EU등의 끈질긴 자동차시장 개방압력에도 불구하고 외제차는 거의찾아볼 수 없다.

엄청난 서구차의 선전공세와 총리가 나서 수입을 호소할 정도로 개방압력으로 조금씩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아직도 외제차를 이용할 경우 애국심이 결여돼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외산차이용 백안시

캐딜락, 메르세데스 벤츠등 덩치가 큰 외산을 이용하는 일본인들은 거의야쿠자나 파친코를 해 돈을 번 건달출신이라고 백안시하기도 한다.재벌총수나 정계인사들이 자국차 이용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인들의 국산차 이용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기준으로 상당한 재력을 가진 중소기업인들도 중형차 수준의 차량을 이용하고 그것도 웬만한 볼일을 볼때는 지하철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대중교통망이 잘 발달된 탓도 있지만 적어도 이들의 정신자세는 높이 배울만 하다. 주말용으로 차를 이용하다 보니 최근에는 차체 높이가 승용차보다높은 RV형 레저용 차량 구입 경향이 일고 있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천달러로 우리의 3배나 되고 고객의 구미에 맞도록새로운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일본의 차량 교환 사이클도 보통 5년이 넘는다 한다.

부채가 자산의 몇배나되는 빚더미에 올라있는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신차가 나오면 뒤질세라 구입하는 자세와는 판이하다. 5천만원을 넘나드는 고급차를 1~2년도 채 안돼 바꿔치는가 하면 마치 고급차구입이 신분과시의 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더욱이 근래에 규제가 느슨해지자 1억수천만원하는 고급 외제차를 마구 사들여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동업자끼리 공동 구입하자는 묘안(?)을 내놓는 몇몇 대구 기업인들로선 생각해 봄직한 일이다.올들어 외제차 구입이50%(대구 2백37대)나 늘었다는 것은 기업인들의 마음가짐이 그만큼 선진국에 뒤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마음가짐'에서 출발

대구광역시장의 전용차가 쏘나타 1천8백㏄로 바뀌었다하여 가벼운 화제다.과거 임명직 시장시절 업무용 내빈용등 각종 명목을 붙여 최신식 고급승용차 2~3대씩 굴리던 것과는 너무나 딴판이다. 민선시장이라 시민들에게 점수를 따기위한 전시적 교환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중형차 구입이라는 적지만 큰 용단은 높이 살만하고 비자금 파문으로 참담한 심정인 대구시민들에게 한줄기 청량감을 주는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시청 모든 공무원들이이같은 낮춘 자세로 시정에 임하고 그 분위기가 기업인들은 물론 사회전반에확산될때 대구는 또다른 미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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