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픈나무(262)-죽은 자와 산 자(7)

나는 호텔 지하실 입구로 간다. 셔터가 내려져 있다. 나는 구두박스로 다시 온다. 쪼그리고 앉는다. 빈대 아저씨의 구두닦이를 구경한다."무슨 비닐 봉지야?"빈대아저씨가 묻는다

"봉지요? 배추임. 옥상 농삽니다"

"맘보한테 그 말 들었어. 그래, 농사 지은 배추잎이란 말이지?""네, 겉절이 해 먹으려구요, 아저씨 가지세요"

나는 비닐 봉지를 빈대 아저씨에게 준다. 빈대아저씨가 비닐봉지를 들여다본다.

"한 끼는 착실히 먹겠는걸. 고맙다. 무공해라 집사람이 좋아 하겠어""무공해? 닭똥거름 줬어요"

"그러니 무공해지"

벌룸코형이 말한다. 빈대아저씨의 집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곱사등이야. 키가 비슷하지. 밤에 그거 할 때, 윗목에 누구 있소 하는 말은 안 듣게,사이즈가 맞겠지" 맘보가 내게 말해주었다. 나는 그 말뜻을 알아 듣지 못했다. 나는 장애복지원에서 그런 사내를 보았다. 뇌성마비에 척추마비까지 당한 이중장애자였다. 그 사내를 보면 너무 두렵고, 불쌍했다. 경주씨가 밥을먹여줄 때가 특히 그랬다.

"마두, 추석 잘 쉬었어?"

오토바이를 타고 온 멍게다.

"잘 쉬었어"

"지하 셔터 열더라"

나는 일어선다. 멍게가 구두 나르는 간이 신발대에서 여러 짝의 구두를 내려 놓는다. 흙 묻은 구두, 먼지 앉은 구두다. 여자 구두도 있다. 멍게가 슬리퍼를 챙긴다. 오토바이를 몰고 떠난다. 호텔 지하실 셔터가 열려 있다. 나는 지하 업소로 내려간다. 나이트클럽과 호프집은 오후에 문을 연다. 단란주점 문도 잠겨 있다.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다. 새끼 둘이 나타난다.낯선 얼굴이다. 주걱턱과 인중 짧은 메기 입이다. 넙치가 온다. 넙치가 열쇠로 문을 딴다. 우리는 홀로 들어온다. 넙치가 새끼 둘을 내게 소개한다."너들, 처음 뵙는 모양이군. 마두성님이셔. 말 많이 들었지? 잘 모셔야 해"

넙치가 말한다. 새끼 둘이 내게 허리 숙여 절을 한다. 잠시 뒤, 새끼 셋이나타난다. 그들은 쪽방에 동거한다. 람보, 빠가, 형철이다. 쌍침형, 채리누나, 짱구가 오기는 한참 뒤다. 쌍침형에게 모두 허리 깊이 숙여 절을 한다.쌍침형이 일번 홀로 먼저 들어간다.

"모두 들어와"

짱구가 말한다. 우리는 홀로 들어간다. 쌍침형 맞은편 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짱구가 문 손잡이 단추를 눌린다. 쌍침형 옆에 버텨선다."내 말 잘 들어. 너들 신고식 때 기억하지. 마두는 병원에 있었지만, 동생공사하기로 맹세한 젖 먹을 때말야"

쌍침형이 무겁게 입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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