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깅리치 내년 미대선 "태풍의 눈"

'태풍 파월'은 소멸됐다. 그렇다고 해서 미대선 정국의 구도가 가시권에든 것은 아니다. 아직 '태풍 깅리치'의 진로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파월이 떠난 자리에 과연 깅리치가 나설 것인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미국정가의 현재 최대 관심사는 이것이다.그는 파월 전합참의장이 불출마선언을 내놓은지 불과 한시간 반후에 미의회의사당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금 당장은의료보호법안, 균형예산안등 중요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일에 얽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합의를 끝낸 뒤 아마 추수감사절 연휴쯤에아내와 함께 (출마여부를) 상의를 해 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그는 평소 "파월이 출마하면 나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미국인은 한 시대에 오직 한 사람만을 기다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지난 여름 깅리치는 자신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확률이 10%라고 했다.그러다 5%로 낮췄다. '파월이후'그는 확률을 다시 10%로 올렸다고 말했다.어쨌든 그는 미대선의 출발지인 뉴 햄프셔주 예비선거 참여를 위한 후보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15일까지 그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만일 이번에 그가 나서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은 클린턴 대 돌 사이의 사실상 1대1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짜 전쟁영웅' 돌 상원의원은 다른공화당 주자들보다 한참 앞서 있다. 미국선거에서 최대 요충인 캘리포니아주지사가 그의 지지를 선언하는 등 각 주에서 돌의원에 대한 공식 지지선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사정이 신통치 않다.

올 52세인 깅리치는 클린턴에 대해 젊음으로나 논리로나 딱 알맞은맞수다.두 사람 모두 영리하고 말 잘하고 추진력이 뛰어나며 상대적으로 젊다. 두사람 모두 애매한 역사책 읽기를 좋아한다. 또한 미국이 오늘날 산업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넘어가는 기로에 처해 있다는 인식도 똑같다. 만일 클린턴과 깅리치가 맞붙는다면 이 선거는 금세기 최고의 흥미진진한 선거가 되리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맞수의 대결'은 영영 상상에 그칠지 모른다. 깅리치는 현재 하원의장 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영향력있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막강한 하원의장직을 끝까지 수행하고 난 다음 오는 2000년 선거에 나설 계산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21세기를 여는 미국대통령으로서 '세기의인물'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번에 깅리치가 출마해 선거에서 떨어진다면 이는 그 자신의 불행일뿐아니라 공화당에게도 치명타가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에서의 낙선은깅리치 자신의 정치생명의 종언만을 뜻하진 않는다. 공화당으로서는 과거 레이건 행정부 이후 부활을 선언한 보수혁명이라는 대업의 맥이 다시 단절될지모른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깅리치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층이 많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말을 함부로 하는 험구에다 불같은 성미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달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그가 싫다고 대답했고, 좋다는 경우는29%에 불과했다. 좋은 것도 그의 인물됨이 아니라 그의 아이디어가 좋다는것이었다.

깅리치 태풍이 과연 미대륙을 강타할 것인가. 아무래도 오는 23일부터 나흘간 계속되는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날때까지는 태풍 주의보가 계속될 것같다. 〈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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