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차소환 이현우씨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폭발의 도화선역할을 했던 이현우전청와대 경호실장이 이 사건 수사착수 이후 다섯번째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그의소환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씨는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돼 민주당 박계동의원이 폭로한신한은행의 비자금이 노씨의 돈이라는 사실을 전격적으로밝힌 이후 3차례더 검찰에 출두, 재벌총수들의 헌납액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소위 '이현우 리스트'를 검찰에 제공해 지금까지의 검찰수사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씨에 대한 검찰의 이번 소환은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의미를내포하고 있다는게 검찰주변의 관측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노씨비자금에 대한 계좌추적결과, 노씨가 밝힌 5천억원의 비자금 가운데 3천5백억원 가량을 확인했으나 자금추적 작업이 진척되지않아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지금까지 밝혀낸 노씨 비자금 총액은노씨가 밝힌 5천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3천억원 수준"라며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다른분야에 대한 수사로 나머지 노씨의 비자금을 찾아낼 수 밖에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는 지금까지 재벌기업인들에 대한 수사와는 별도로 공기업및 금융권과 골프장 건설 등 노씨의 또다른 자금선을 뚫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검찰이 이번에 이씨를 5번째 소환하는 것은 지금까지 검찰이 기업인조사에 요긴하게 사용했던 '이현우 리스트'와는 별도의 '리스트'를 제공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관련해 금융권과 공기업을 통한 자금조달은 노씨의 동서인 금진호의원에 의해 대부분 이뤄졌다는 설이 우세하지만 노씨의 대통령 재임시 대부분기간을 경호실장으로 지내면서 노씨의 비자금 관리를 맡았던 이씨도 이 부분에 대해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특히 금융권에 따르면 노씨 재임동안 △6개 시중 및 지방은행 △22개의보험사 △현재 전국의 25개 리스사 가운데 17개사가 설립된 것으로 집계되고있다.

금융계는 노씨 재직 중 설립된 이들 금융기관들이 나름대로 설립 명분을갖고 있었지만 당시의 경제 규모와 기존 은행수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설립이 절실했었는지에는 회의를 품고 있으며 특히 지난 89, 90년 사이 잇따라설립된 전국 규모의 보험사는 인가를 위해 재벌사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편 것으로 알려져 그 과정에서 특혜와 자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함께 국내 공기업들도 각종 사업의 수주 과정 등에서 로비성 자금이노씨에게 흘러들어갔다는 것이 재계의 정설이고 보면 공기업과 금융권에서조성된비자금도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라는게 검찰의 판단이다.또한 검찰이 노씨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착수를 밝힌 시점에서 92년대선당시 여·야로 흘러들어간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에서도 이씨는 핵심적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처지.

검찰이 노씨를 재소환, 대선자금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에 앞서 노씨의 비자금의 운영과 관리를 맡았던 이씨를 조사한다는 것은 수사의 당연한 절차라는 것.

따라서 노씨가 재소환되기 전이라도 이씨의 진술여하에 따라 여·야로 흘러들어간 대선자금의 일면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이와함께 검찰은 지금까지 소환된 기업인들의 진술과 '이현우 리스트'에나타난 노씨에게 흘러간 자금의 액수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만큼 이씨가 소환되는대로 이부분에 대한 보완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부분과 관련해서는결국 이현우씨의 진술여하에 따라 일부 재벌총수들은 재소환될 가능성도 크다.

검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노씨에게 건네줬다고 진술한 액수와 지금까지 자체조사결과 확인된 액수가 다른 재벌총수의 경우 확인작업을 위해 재소환할수 있다"고밝힌 바 있다.

이와함께 노씨의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의혹을 풀기위해서도 이씨의 소환은불가피하다는게 검찰주변의 분석이다.

검찰은 외무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정밀검토한 결과, 지난 89년 노씨의유럽순방 일정을 청와대경호실에서 전담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부분에 대한 이씨의 확인과 진술을 절대적인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이씨의 이번 소환은 '기업인 조사'에서 '금융권및 공기업 수사','대선자금수사'로 넘어가는 분수령으로 봐야 한다는게 검찰주변의 대체적인분석이다.

이와함께 이씨는 이번사건의 전모가 밝혀질때까지 수사과정의 고비때 마다 출두,매듭을 푸는 역할을 하게 될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