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실속 픽션 독특한 소재 소설

자전적 요소, 북한 주민들의 생존의 현장, 농촌의 비참한 현실등 각각 독특한 소재를 다룬 신경숙 이철원 이상권씨의 장편소설이 때를 같이해 선보여관심을 끈다.신경숙씨의 '외딴 방'(문학동네 펴냄)은 열여섯살부터 스물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문학의 꿈을 키웠던 작가의 삶의 흔적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회상의형식과 고백체의 어법으로 쓰여진 신씨의 이번 소설은 이전 소설들처럼 '처연한 아름다움'과 '눈부신 연민'으로 가득차 있다. 신씨는 낮에는 전기제품업체에서 공원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공부하던 10대 후반 시절의 쓰라린 현장을 복원한다. 그 시절 그녀가 겪은 여러 체험 가운데그녀를 가장 큰 경악과 비탄 속에 빠뜨린 것은 그녀와 이웃해 살았던 동료이자 선배인 희재언니의 죽음이었다. 이 작품은 넓게 보아 외딴 방에서 외롭게죽어간 한 가여운 넋에 대한 진혼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내성의 문학'이라부를 수 있다.

천민자본주의의 추악한 뒷 면을 그린 지난 한 시대의 풍속소설, 노동소설,성장소설로도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은 신씨의 장기인 육화된 언어가 곳곳에번뜩이고 있다. 그녀는 기억의 퇴적층 속에 파묻힌 과거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재발굴하고 거기에 아름다운 시적 후광을 부여한다. 신씨는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 장편소설 '깊은 슬픔'등을 낸 바 있다.

이철원씨의 평코(금문서관 펴냄)는 소매치기 출신 북한 귀순자 조영호씨의증언을 토대로 작품화한 것. 북한에서 신화적인 왕도적으로 알려진 별명이평꼬(평양 꼬마)인 조영호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묘사하고 있는 북한의 생활상은 북한판 '어둠의 자식들'로 부를 수 있을만큼 비극적이다. 자전거 도둑이 된 당간부, 암거래시장의 거간꾼인 대학교수, 화장품 한 세트에 기꺼이 옷을 벗는 여회사원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씨는 '제국의 신화'등 작품집을 낸 바 있다.

이상권씨의 첫 장편소설 '그리운 시냇가'(세계사 펴냄)는 쇠락해가는 우리농촌과 그 곳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외형적으로는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 전라도의 당머리라는 호젓한 마을을 무대로펼쳐지는 남녀 주인공 해종과 금숙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뒤안길에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농촌 경제의 파탄과 그로 인한 농가 부채의 증가, 이농 현상이라는 농촌의 아픔이 깔려 있다. 이씨는 그러나 농촌현실에 대한 고발보다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농촌의 생활상과 풍속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어 소설의 생명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걸쭉한 입담과 진득한 해학등 맛깔스런 우리말 구사력을 보여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이씨는 94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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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이후 심화돼 온 '신세대 문학' 논쟁의 한 당사자로 옹호론 입장에섰던 계간지 '상상'이 최근 발간된 95년 겨울호에서 반대편 입장에 있던 비평가들에 대한 대반격에 나서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상상'의 논객으로 활동해 온 문학평론가 김탁환씨가 쓴 '비평의 운명'은'미성년의 사유로 앞세대의 글쓰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문단 일부의 패권주의에 종지부를 찍고, 텍스트의 맥락을 놓친 채 이데올로기적 재단만을 일삼는비평가들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고 밝히는등 원색적인 포문을 열고 있어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예고하고 있다. 김씨는 방민호씨의 장정일론 '그를 믿어야 할 것인가'(실천문학)에 대한 격렬한 반감을 보이면서 장씨에 대한 그릇된 풍문에 의한 글쓰기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김씨는 방씨의 글쓰기는 당위와 현실이 모순되고 총론과 각론이 서로 위반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며 미성년의 글쓰기라 통박했다. 고미숙씨의 '새로운 중세인가 포스트모던인가-상상의 동아시아 문화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문학동네)란 글에 대해선내재적 발전론, 포스트모던 논리, 몰역사성, 작가의 익명성에 대한 몰이해를차례차례 논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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