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대구상영

통금시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뒤이어 가쁜 숨소리와 바쁜 발걸음이 들려온다. 궁지에 몰린 사냥감 마냥 겁에 질려 있어야 할 청년의 눈엔 왠지 모를 희열이 가득차 있다. 뿜어내는 하얀 입김속에 자신감이 넘친다.야간 작업을 마친 늦은 시간에 버스비가 없어 집까지 뛰어가고 있는 이 청년의 이름은 전태일. 버스비는 돈이 없어 점심을 굶는 동료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느라 다 써버렸다.청계천 평화시장의 재봉사 전태일이 살았던 스물두해의 짧은 삶을 담은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18일부터 대구 명보극장과 포항 시민극장에서, 25일부터 경주 대왕극장, 구미 아카데미 극장, 울산 태화극장에서 상영된다.

개봉에 앞서 14일 열렸던 시사회는 청년 전태일의 고독한 투쟁을 보러온대구, 경북지역 노조관계자들과 일부 귀밝은(?) 영화팬 등 4백여명이 참석한채 간소하게(?)치러졌다. 시사회에 필요한 행정절차도 겨우 시간에 맞출수 있었던 상황에서 홍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이 기획사와 극장측의 설명이다.

주인공 전태일역에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작은 독재자로 열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홍경인이 아이러니컬하게 이번에는 독재의 작은희생자로 다시 스크린에 등장했다. 연기파 배우 문성근은 전태일의 삶을 쫓는 암울한 시대의 지식인 김영수역을 맡았다.

박광수 감독이 진두지휘한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압권은 홍경인이 직접 연기한 전태일의 분신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영화에서 사용되던화염방지복 대신 특수효과 물질 '워터 젤'만 몸에 바른 채 직접 분신 장면을재현해 보였다. 한 대의카메라로 연기자의 동작을 커트없이 그대로 따라가는 롱테이크 기법을 동원해 촬영했기 때문에 관객들은 다른 어떤 장면보다극적 긴장감을 느끼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규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항상 지식에 목말라 했던 청년, 근로기준법이란 책이 있다는 걸 알고 '배운 친구' 하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던순박한 노동자의 삶을 이제 스크린을 통해 재조명할 수 있게 됐다.영화속에서 전태일은 모두 세차례 컬러 스크린에 등장한다. 우거진 숲속을걸어가는 뒷모습에서 관객들은 어느 정도 그의 운명을 예감하고 수긍한다.그리고 두번째 화려한 컬러는 모두 붉은 색이다. 화염에 휩싸여서도 그는 무언가 말하려고 애쓴다. 소리없는 절규가 관객들의 귀를 멀게 한다. 마지막으로 전태일은 바로 우리 곁에 와 있다.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현실을 되돌아 보게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