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자금 파문 한달…경제파장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이 나라 전체를 혼돈속으로 몰아 넣은지 한달이 됐다.지난달 19일 박계동 민주당의원의 '4천억원 비자금설'폭로로 촉발된 이번사건은 정치권은 물론 재계, 금융권 등으로 불똥이 튀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있다.

특히 사채시장의 마비로 중소기업들이 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고 금융기관의 해외자금 조달비용 증가로 한국은행이 긴급 외화 방출에 나섰는가 하면 주가가 폭락세를 이어가는 등 금융시장이 비자금 태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더욱이 수출 증가율이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장 내도액이 전년동기보다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한보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주거래 은행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실물시장에도 깊은 주름살이 패고 있다.이에 따라 경제 전반에 이미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있는 비자금파문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경기의 연착륙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있다.

지난 한달동안 비자금파문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각 부문별로 알아본다.

■국내 자금시장

국내 자금시장은 비자금 파문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동성으로 3년짜리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지난달 19일 연 12.18%에서 17일에는 연 12.08%로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채시장에서는 비자금한파로 거액 전주들이 자취를 감춰 중소기업들이 어음할인을 제때 하지 못하는 등으로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해외 자금시장

비자금파문 속에 일본 등 해외에서 조달하는 금리가 크게 올라 국내 금융기관들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는 일본 은행들이 미국에서의 불법 채권거래로 다이와은행이 쫓겨나 다른 은행에 흡수되는 등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자 우리나라 은행에 빌려주는외화자금의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나 비자금 파문과 겹쳐 우리 은행들의해외신용도가 떨어진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지역에서의 자금조달이점차 어렵게 됨에 따라 외화 수탁금 가운데 10억달러를 이달중에 은행권에풀기로 했고 사정이 호전되지 않으면 12월에도 1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기업이 발행한 해외증권도 비자금 파문이후 모두 하락추세로 돌아섰다.

■실물시장

수출은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 44억6천1백5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27.0%가 증가했으나 작년 동기의 증가율 36.9%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됐다.대부분의 재벌기업이 비자금파문에 연루돼 총수들이 소환되는 등 어수선한분위기가 지속됨에 따라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연말 수출전선에 이상현상이나타난 것이다.

더욱이 수출신용장(LC) 내도액은 이달들어 지난 10일까지 17억5천6백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오히려 3.9%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돼 통상 LC를 받은 뒤수출까지 4~5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초의 수출에 검은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주식시장

경제의 거울인 주가가 비자금 파문 이후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파장의심각성을 나타내 주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달 19일 1천.22로 네자리수 지수를 유지했으나 비자금 파문이 확산되면서 17일에는 9백52.37로 4.7%(47.50포인트)가 떨어졌다.

주가는 지난 16일에 9백37·04로 6.3%(63.18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17일에는 큰폭으로 반등했으나 아직 크게 하락해 있는 상태로 거래량 부진과 하루중 주가 변동폭 과다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증시기반이 아주 취약한 채로있다.

한은은 최근 메릴린치 증권사가 반도체산업의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설것이라고 예상한데다 비자금 파문이 겹쳐 이달들어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및 재계 파장

경제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권은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영업환경에 비자금 파문까지 겹쳐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이미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숨겨준 것으로 밝혀져 대외적인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은 금융권은 앞으로 일부 은행장이 검찰에 불려가는 등 검찰수사가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재계도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노 전대통령의 구속이후 또다시소환바람이 불 예정이어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정기인사에 차질을 빚는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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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이 구속된지 이틀이 지난 18일 연희동은 아직도 충격에서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가족이나 측근 모두 가장과 모시던 분의 구속이라는 새로운 환경앞에 적응하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게 연희동측 얘기이다.

더욱이나 노씨가 서울구치소로 수감되기전 남긴 발언에 대해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했다'는 국민적 비난이 쏟아져 한가닥 수감에 따른 동정심을 기대했던 것도 물거품이 된데 대해 특히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이런 가운데서도 노씨를 찾아 위로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한듯 가족과측근들은 구치소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구속 첫날인 17일 김유후 변호사와 아들 재헌씨, 최석립 전경호실장, 박영훈비서관등이 서울구치소를 찾아 노씨를 면회하고 돌아갔고 부인 김옥숙여사는 아직 연희동을 지키고 있다.

이와관련 한 측근은 향후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가족들이 정신이나 차리고 이야기하자"며 연희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측근들의 움직임이 빨라진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못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서 17일 귀국한정해창 전비서실장은 이날 김변호사등 측근들과 변호사선임등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뚜렷한 결론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관련 김변호사는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언론이 너무들 앞서간다"고 하소연했다.

연희동의 이같은 분위기는 노씨의 구속에서 오는 충격도 충격이지만 노씨가 감옥으로 가기전 던진 발언으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는 점도 작용하고있는 듯하다.

노씨 구속으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대했던 이들로서는 노씨가 남긴 발언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자설상가상이 아닐수 없는 처지라고할수있다.

다만 변호인 선임과 관련, 노씨는 2차소환에 앞서 가진 가족회의에서 "변호인을 선임하지 말라"고 한것으로 알려졌으나 측근들 사이에서는 "그럴수는없지않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따라서 변호사 선임을비롯해 대선자금의 공개등과 관련한 연희동측의 대응방안은 검찰수사의 진행상황과 대선자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동향 그리고여론의 향방을지켜보면서 서서히 마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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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은 17일 오전11시40분경 오사카 간사이(관서) 국제공항에 도착, 3박4일의 APEC 정상회의 일정에 돌입.

김대통령은 부인 손명순여사와함께 김태지주일대사와 스즈키 일본의전대사등의 기상영접을 받은뒤 환한 표정으로 트랩을 내려와 일본 오하타 통산성정무차관 등 50여명의 환영인사와 악수를 나눈뒤 곧바로 숙소인 로얄호텔로출발.

○…김영삼대통령은 17일 오후 숙소인 로얄호텔에서 호주의 폴 키팅총리와개별정상회담을 갖는 것으로 나흘간의 오사카 방문일정을 시작.회담장인 로얄호텔 사쿠라실에미리 나와 있던 김대통령은 키팅총리가 회담장에 들어서자 반갑게 인사를 교환.

키팅총리로부터 호주측 배석자를 소개받은 김대통령은 공노명외무장관과한이헌경제수석등 우리측 배석자들을 키팅총리에게 소개.

이어 30분에 걸친 정상회담에 들어간 김대통령과 키팅총리는 APEC에서의협력방안과 양국간 경제협력 증진방안등 공동 관심사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교환.

양국은 그동안 농산물 수입개방의 예외를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농산물 수입국과 수출국으로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으나 APEC 각료회의에서 이 문제에대해 원만한 타협을 본 후여서 두 정상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양국간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집중 협의.

○…김영삼대통령은 17일 오후오사카 시내미야코호텔에서 일본에 살고있는 교민 1천2백여명을 초청해 리셉션을 베풀고 최근의 국내사태와 한일관계등에 대해 설명한뒤 이들을 격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6시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리셉션장에 들어서서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교민들과 악수를 나눈뒤 연단에 올라가 노태우씨 부정축재사건등 최근의 국내사태 한일관계 조국의 발전상및 유엔방문소감 남북관계재외동포정책등에 대해 소상하게 소신을 피력.

김대통령은 특히 노씨 사건과 관련, 정경유착근절과 정치자금 수수 단절약속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톤을 높였고 연설도중 교민들은 10여차례 박수로 답례.

김대통령은 또 "깨끗한 정치, 돈 안쓰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 선거법을비롯한 관련법률을 개정하고 34년만에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를 실시했다"고소개하고 "바로이런 개혁의 결과로 한국사회는 자신의 병을 스스로 발견하고고칠 수 있을 만큼 튼튼해졌다"고 역설.

김대통령은 한일관계에 대해 "광복 50주년, 한일국교정상화 30주년이 되는올해가 한일양국의 불행했던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위한 노력이 더없이 요구되는 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최근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 역사왜곡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면서 "이런 일이 또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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