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과 함께-저작권법 개정 파문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출판계가 국내 출판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관련해 강한 반발을 보이는등 앞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저작권법 개정안의 골자는 지난 57년 이후 사망한 외국인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자 사후 50년간 소급보호를 해주는 것.

그동안 국내 출판사들은 87년 이전에 발행된 외국 저작물에 대해서는 로열티없이 번역·출판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57년 이후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해선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또 WTO가 발효된 올1월 1일 이전에 출판된 복제물은 내년말까지 처분해야 하며 내년 이후에는 로열티를 물어야 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저작권법 개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출판업계는 가뜩이나 불황을겪고 있는 국내 출판계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악법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등 조직적 대응을 불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출판계는 정부가 WTO체제 하에서 경제적 계산에만 집착, 문화적으로 개발도상국인 우리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88년에 제정된 베른 협약 시행령에도 규정됐듯이 '이미 공유된 저작물에 대한 불소급 원칙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산하 저작권대책위원회(회장 윤청광)는 "저작권법 개정은 미국등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비난하고 "87년 이전의 외국인저작물을 1백여년까지 소급보호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문화·정보 이용이 더뎌지고 학술 번역 출판등이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또 "국내 출판계의 곤경에 대해 정부는 학술진흥기금 설치등 적극적인출판지원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법개정으로 출판계가 당분간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우리의 문화를 세계화하고 출판계의 고질적 병폐의 하나인 중복 출판을지양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점도 많다"며 "저작권 보호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국내 저작물도 외국에서 같은 수준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며우리나라에 대한 문화적 인식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지역 출판계와 서점가는 외국 서적 번역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규모가 영세한 국내 출판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출판사와 서점의 연쇄 도산등 앞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오국 하늘북 서점 대표는 "대구 지역 경우 번역 위주로 하는 출판사가 별로 없어 충격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지역 서점들은 내년 이후 도서의 질·양 양면에서 수준이 크게 떨어져 고객의 발걸음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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