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씨 비자금사건 표면화 전말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연일 온나라를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관련인사들의 입을 통해 이번 사건이 터진 10월19일과 20일 이틀간의 긴박한상황들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분명한 사실은 박계동의원이 이를 폭로한 19일 당일에는 노전대통령자신은물론 청와대등여권핵심부도 이 계좌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인줄 몰랐다는 것이다.

김영수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박의원이 국회에서 이 문건을 폭로하기 직전 질의내용을 입수한뒤 서동권전안기부장에게 연락했다.서씨는 김영삼대통령만들기에 앞장선 노씨측인사로서 현정부쪽과 항상 채널을 갖고 있는터였다.서씨는 전화연락을 받고 "박의원이 폭로한 계좌가 노전대통령과 관계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날 오후 김윤환민자당대표에게도 동일한 대답을 했다.서씨가 이같이 확답한 이유는 노전대통령측으로부터 무관함을 들었고 특히 이날 저녁전직안기부장출신모임에서 노전대통령집권말기 안기부장을 지낸 이현우씨로부터 "결코아니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일 당일 노씨측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기세등등하게 나온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다음날 저녁에 터졌다.내심 꺼림칙하게 생각하던 이전경호실장이 자금관리실무자인이태진전청와대경호실경리과장에게 문의한결과 "그돈이 우리돈"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이전실장은 노전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를 했고 이에 노전대통령은 검찰의 조사가 착수된 것으로 보고 "검찰에 출두해 사실을 밝히라"고 지시하면서 이사건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의 이목을 끌기시작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서전안기부장도 대경실색했다.그 자신도 그같은 엄청난 규모의 액수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다급해진 연희동측은 21일 토요일 서전안기부장을 시켜 김윤환대표를 만나게했다.이자리에서 김대표는 "노전대통령이 모든 사실을 국민앞에 밝힌뒤법적절차를 밟고 낙향하는게 좋겠다"는 소위 '낙향론'을제안하면서 "만약솔직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두번죽게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김대표는 최근 당시 낙향얘기와 관련,"그때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잔액이3백억원정도일때이지 지금처럼 2천5백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로서는 낙향만으로는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노전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씨도 같은 얘기를 했다."박의원비자금폭로당일 낮에 걱정이 돼서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괜찮다.별일 없다'고했다.그런데 다음날 저녁무렵 다시 통화하게 됐는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상했다.'네가좀 올라와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아버지는 비자금을 이현우실장이 맡아서 관리하는 것만 알았지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몰랐다.폭로가 나오자 이실장은 '이돈과 상관이 없다'고해 아버지는 그런줄 알았던 것이다.그런데 다음날 이실장이 '그돈은 우리 비자금'이라고 말을 바꾸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궁금증은 남는다.박의원이 폭로한 돈이 노씨의 돈일줄은 이태진씨를 제외하고 모두 몰랐다치더라도 과연 현정부가 그전에 노씨의 어마어마한 비자금존재여부를 알지못했겠느냐는 점이다.이 대목은 "알았다"는 관측이지배적이다.검찰이 지난93년 동화은행비자금사건수사당시 이미 노전대통령비자금이 최소 1천억원이상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졌고 그 훨씬이전인 정권인수시절에도 다소 파악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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