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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데생·신윤복 해학 공존, 이석조 '소리전'을 보고

이석조씨의 그림속에서 김홍도의 걸출한 데생력과 신윤복의 해학과 풍류를느낄 수 있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그의 그림들이 보여주는 단순명쾌한 절제의 미학은 많은 울림의 소리를 전해준다. 그는 분명히 요즘 시대에 섬처럼떠있는 개성이 뚜렷한 화가임에 틀림없다. 86년 '화랑미술제'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그의탄력있는 근작들은 중량감있는 작가로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하다. 이일, 신항섭, 박용숙씨등 평론가들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어떤 화풍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주제와 기법으로 무풍의 화단에서특이한 존재로 자리매김해주고 있다.이석조씨를 통한 '한국성의 재발견'. 그는 생성에서 소멸로, 소멸에서 생성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현상을 표현과 자율성으로 집요하게 탐구하고있다. 삶의 갈등이 만들어내는 풍자와 해학, 저항의식 혹은 화해의 장으로얼굴을 바꾸기도 한다. 때로는 희극적이며 미스터리한 욕망의 세계를 암호화시킨 그의 회화적연출은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은근히 보여준다. 보고 느끼는 그림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고혹적'이라고 말한 시인 김영태씨의 표현이 실감난다.

성숙한 미의식이 보여주는 조형적 메시지와 드로잉, 채색법은 그림의 질을한껏 높이고 있다. 색채에 나타나는 그의 감성은 형태와의 유기적인 조화로합일화되면서 실체감과 영혼성의 바닥까지 넘나드는 깊이를 보여준다. '소리전'은 전통 미의식이 현대성속에서 어떻게 그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지 한국적 미학의 가치성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된다.유재성〈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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