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씨 구속과 비자금-재계의 수성전쟁

**'비자금 돌풍 돌파' 진흙탕 싸움비자금 파문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가운데 재계일각에서 벌써부터 상대그룹이 자사를 음해했다며 후일을 벼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어 이번 파문을 계기로 재벌그룹간의 상호불신이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그룹 총수가 검찰에 불려가고 자금 및 영업담당 이사가 소환되는 등 재계사상초유의 '소동'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주요 그룹들은 홍보조직을 풀가동시키면서자사의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였다.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른 기업들은 여론의 눈길을 분산시키거나 피하기 위해 다른 그룹의 혐의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비자금 제공액수 등을 놓고 '물귀신' 작전을 구사하는 등루머와 매터도가 난무했다.

매터도가 가장 극성을 부린 시기는 재벌 총수가 본격적으로 검찰에 불려가기 전인 이달초와 총수 소환이 대체로 끝난 14일 이후.

주요 그룹들이 총수소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이달초 재계 일각에서는 난데없이 선경그룹 최종현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사임할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최회장은 당시 미국에머물고 있었으나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사실여부를묻는 확인전화가 해당기업과 관계요로에 빗발쳤다. 이 소문은 당사자인 최회장이 귀국일성으로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사실무근으로 판명됐으나 선경그룹은 소문의 진원지로 모그룹을 지목하면서 '음해'라고 공박했다.

재벌그룹들이 또 한차례 홍보전을 벌인 것은 총수소환이 끝난 14일 이후.자사 총수가 검찰에서어떤 내용을 추궁받았으며 어떻게 답변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업은 한곳도 없으나 "A그룹 총수는 뭐라고 진술했다더라", "B그룹은 얼마를 줬다더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특히 재벌순위는 뒤지면서 '성금'또는 '뇌물'액수가 큰 것으로 지목된 그룹들은 "덩치로 봐도 모그룹이 우리보다 큰데 우리그룹이 더 줬을리가 있느냐"며 "문제의 그룹은 얼마를 줬다더라"는 식으로 '물귀신' 작전을 구사했다.

어떤 그룹은 자사가 3백억원을 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재계 랭킹이 앞서는 그룹을 지칭, '최소한 1천억원을 줬다더라'고 말하기도 했다.또 다른 그룹은 라이벌 그룹이 노씨의 구속 영장청구 장면을 담은 TV방송을 녹화, 기자들에게 보여 주면서 그룹회장의 진술서 밑에 옆으로 나와있는견출지에 해당그룹 실력자인 모씨의 진술기록이 비친 장면에서 화면을 정지시켜 '저사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고 분개했다.

모그룹의 홍보담당 관계자는 "자사문제에 대해서만 말하면 되지 왜 남의그룹을 끌고 들어가느냐"며 "상대방이 자꾸 싸움을 걸어 오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할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해 감정이 풀리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비자금이라는 외풍 앞에서 주요 그룹들이 이전투구의홍보전을 펼친 것은 파문이 수습된 후에도 재계의 화합에 좋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게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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