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죽은자와 산자

짱구가 말대가리 옆구리로 바싹 파고 든다. 말대가리의 허리가 갑자기 꺾인다. 그가 무릎을 꿇는다. 짱구가 회칼을 버린다. 그가 말대가리의 놓아버린 각목을 집어 든다."성님, 쌍침성님!"

짱구가 외친다.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짱구 성, 여기요! 내가 외친다. 말이 되어 입 밖에 나오지않는다. 나는 쌍침형을 업고 짱구 쪽으로 간다. 내앞으로 갑자기 누구인가 달려든다. 일본도를 들고 있다. 마스크한 꼬마다.나는 너무 놀란다. 응겁결에 무릎을 꿇고 만다. 등줄기로 무언가 내리친다.채리누나가 비명을 지른다. 두 방의 총소리가 난 것이 그 순간이다. 너무 가까이에서, 고막이 터질 듯한 파열음이다. 꼬마가 일본도를 버리고 달아난다.그는 총알에 맞지 않았다.

갑자기 사방이 조용하다. 총소리에 패싸움이 그쳤다. 모두 야구방망이, 각목, 칼을 버리고 달아난다. 사람들 사이로 숨어버린다.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구경꾼들이 몰려 나온다.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여기 저기서전경들이 방망이를 들고 들이닥친다. 한길과 호텔 앞에 여럿이 쓰러져 있다.그들이 치타 새끼인지 식구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이봐요. 사람이 죽어가요. 어서 빨리 병원으로, 응급실로 옮겨줘요!"채리누나가 울부짖는다. 나는 쌍침형을업고 선 채 어디로 가야할는지 알수 없다. 땀이 눈을 찌른다. 짱구는 보이지 않는다. 식구들도 없어졌다. 전경 여럿이 뛰어온다. 경찰도 섞여 있다.

"많이 다쳤어? 어서 옮겨. 뭘해"

경찰이 전경대원에게 명령한다. 전겨어대원이 쌍침형을 받아 안는다. 다른전경대원이 쌍침형의 다리를 든다. 둘이 경찰차 쪽으로 뛴다. 채리누나가 그쪽으로 뛰어간다. 배가 불러 굴러가듯하다.

"누가 쏘았어? 방금 총소리가 났잖아"

뚱뚱한 점퍼가 달려오며 묻는다.

"모르겠어요. 우리도 총소리 듣고 달려온걸요"

전경대원이 대답한다.

"저기 뻗은 놈들 빨리 차에 태워"

순찰차 여럿이 비상등을 번쩍이며 모여든다. 싸이렌을 경쟁하듯 울려댄다.순찰차들이 호텔 앞에 바퀴 끌리는 소리를 내며 멈춘다. 경찰들이 쏟아져 내린다. 구경꾼들이 물러선다.

"튄 놈들 쫓아. 관내에 비상망치구. 업소 샅샅이 뒤져"

뚱뚱한 점퍼가 말한다. 휴대폰으로 어디에다 전화를 건다.

나는 어리둥절한 채 서 있다. 쌍침형이 실리고 있다. 채리누나가 차 속에함께 탄다. 나는 그쪽으로 걷다 걸음을 멈춘다. 그쪽으로 가서는 안된다는생각이 든다. 나는 구경꾼 사이에 묻힌다. 국시집 좁은 도로로 걷는다. 아무도 나를 따라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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