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녹색시대...마지막선택(79)

아마조니아 열대우림의 파괴모습에서 인류의 미래를 가늠해보려고 남아메리카대륙으로 날아가는 사람은 맨먼저 비행기속에서 열대우림의 하늘을 수놓는 번개와 만난다. 취재진도 지구가 돌아가는 방향을 따라 20시간 넘게 비행,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하기 3~4시간전 꼭두새벽에 아마조니아 1만3천m상공에서 '번개의 춤'을 봤다.온 천지가 불붙은 것마냥 환해지며 여기저기 번개가 춤췄다. 아마조니아에천둥 번개를 동반한 억수같은 비를 쏟아놓고 있는 중이다. 상파울루에서 만난 삼성전자 손종익부장은 "천둥 번개가하늘을 쪼갤때는 지구의 종말처럼 무시무시하다" 고 표현했다.바로 이 천둥 번개와 비가 아마존강을 만들고 인간의 접근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아마존 한 가운데서 알게됐다. 인간이 아마조니아 파괴를위해 만든 도로도 비의 공격에 예외일 수 없는 노릇이다.브라질 노르데스떼(동북부)에 지난 69년부터 70년사이 대가뭄으로 3백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재앙이 생겼다. 당시 메디시대통령은 이때 아마존이주정책을 발표했다. 바로 '사람없는 토지를 토지없는 사람에게'란 정책이다. 브라질 전체면적의 절반가까이 되면서 4%인구가 사는 아마존에 인구를 이동시켜 브라질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이주정책의 핵은 도로건설. 달에서 보이는 지구의 구축물은 중국의 만리장성과 트랜스아마조니카 뿐이라는브라질사람의 자랑도 이때 생겼다. 대서양연안부터 태평양쪽의 고봉 안데스까지 아마존강과 나란히 달리는 3천3백km가넘는 길이다.

그러나 트랜스아마조니카와 그후 건설된 수많은 지선은 브라질의 경제를부흥시키기는 커녕 환경파괴와 병자와 빈민을 양산하는 통로가 됐다.겨울철 우기에 쏟아지는 비는 대강대강 만들어둔 흙길을 끊어버린다. 가끔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도 곳곳에 구멍이 패어 자칫 한눈팔거나 어두운 밤에차를 몰면 사고당하기 십상이다.70년에 착공해 아직 완성하지 못한 트랜스아마조니카는 아마존 사람들도 버리는 쓸모없는 길이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폭우에 길이 끊어져 아무도 이용을 할 수 없는 것.

트랜스아마조니카와 아마존 최대의 댐인 츠쿠루이댐, 골드러시의 현장 새라뺄라다로 가기위해 도착한 대서양 항구도시 벨렘은 10여년전만해도 아마존개척자들이 반드시 들리는 번잡한 도시였으나 지금은 살기가 어려워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쇠퇴의 도시가 됐다. 도시외곽 칸칭요 데 세우(천국의모퉁이) 마을은 판잣집 밑에 썩은 하수가 흘러 벨렘 쇠퇴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조그만 공터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맨발이다. 가끔씩 슬리퍼를신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구멍가게 주인 루시아 바호즈(40.여)는 "모기와쥐 때문에 못살겠다"며 "이사가고 싶으나 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다리밑에 사는 사람이 많아 1백50헤아이스(11만원정도) 벌이도 시원치 않지만 결코 신세를 한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천국의 모퉁이에는 천사들만 살고 있어서인지 얼굴만은 밝다.

벨렘에서의 느낌은 아직 아마조니아 열대우림 파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것.천국의 모퉁이 사람들의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파괴는 계속될 것이다.

벨렘에서 아마존강 지류인 토칸틴스강쪽으로 5백~6백km 거슬러 올라가면츠크루이이다. 지도상에는 분명 도로가 표시돼 있는데 택시기사에게 물으니차로는 갈 수 없다는 대답이다. 길은 만들었으나버려진 길 가운데 하나인셈이다.

츠크루이행 12인승 세스나기를탔다. 용케 비행기가 이륙, 쇠퇴하는 항구도시 벨렘을 벗어나자 곧바로 밀림의 바다가 시작된다. 2시간을 날았지만 모두 나무 뿐이다.

그러나 2시간이 넘자 쥐가 파먹은 듯 밀림에 파괴의 현장이 하나둘 나타나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진다. 츠크루이가 가까워졌다는 신호이다. 수십만평이황무지로 벌겋게 변해가는 곳도 있다. 정글 속의 밭인지 밭속의 정글인지 모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밀림이 파괴된 곳도 보인다. 물길 인근으로 강이 파괴의 통로가 되고 있는 증거이다.

3시간 가량 비행, 밀림이 지겨워 졸음이 올 즈음 세스나는 츠크루이에 닿았다. 츠크루이 공항은 역무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 시골의 간이역인 양 을씨년스러웠다. 매점도 물론 없다. 그냥 밀림을 1천여평 닦아 소형비행기가 내릴 수있도록 만든게 공항의 전부다.

70년대 초반 츠크루이는 5천여명의 농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밀림속의섬이었다. 그러나 75년 시작돼 85년 완공된 츠크루이댐 공사때 인부등 사람이 몰려들어 7만명가까이 도시인구가 늘기도 했다. 댐에 이어 공장도 생겼다.

하지만 댐 이외에는 마땅한 호구지책이 없어 댐 완공후 살러오는 사람이없다. 공사인부로 왔다 주저앉은 사람도 상당수인데 이들은 밀림을 파괴한땅에 곡식을 심어 먹고 산다. 댐은 그자체로 밀림을 파괴하고 화전등 2차 밀림파괴의 원인이 된 것이다.

또 댐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실어오기 위해 3백여km 떨어진 마라바 행 도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흙탕길도 아주 한적해서 버려지고 있다. 마라바는트랜스아마조니카가 지나는 도시로 트랜스아마조니카의 시발지 에스테레이코인근이다.

츠크루이댐은 아마존 최대의 댐답게 하늘에서조차 한눈에 넣을 수 없을 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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